[관광공사 ‘12월에 가볼만한 곳’] 시간이 멈춰선 곳, 간이역 여행
[관광공사 ‘12월에 가볼만한 곳’] 시간이 멈춰선 곳, 간이역 여행
  • 글=박길자 기자 사진=한국관광공사
  • 승인 2016.11.29 18:42
  • 수정 2016-12-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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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세월 묻어나는 구둔역

해질 무렵 양평 두물머리는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 성지

 

석탄박물관, ‘태양의 후예’ 세트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맛고을’ 태백은 가족여행지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이 촛불을 든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매주말 광장에 모여 어둠을 밝히느라 서서히 지쳐가는 때다. 잠깐 여유를 내서 간이역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1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구둔역 (경기 양평)’ ‘탄광 도시 철암의 그때 그 모습을 만나다, 철암역(강원 태백)’ ‘100년 넘은 급수탑에 철도 문화체험, 연산역(충남 논산)’ ‘시간이 멈춰 선 곳, 임피역(전북 군산)’ 등 4곳을 ‘12월 간이역 여행’이라는 주제로 선정, 발표했다.

양평 구둔역,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구둔역 철길을 엄마와 아들이 걷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구둔역 철길을 엄마와 아들이 걷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경기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있는 구둔역은 80년 가까운 세월이 묻어나는 곳이다. 퇴역한 노병처럼 주름 깊은 은행나무 한 그루, 엔진이 식은 기관차와 객차 한 량, 역 앞을 서성이는 개 한 마리가 구둔역의 친구다. 구둔역은 간이역의 흔적과 폐역 명패를 달고 벌판에 섰다. 1940년 문을 연 이곳은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 수순을 밟았다. 구둔역의 빛바랜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삐걱거리는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승강장과 철길을 서성이는 모든 동선이 근대 문화를 더듬는 행위와 연결된다. 구둔역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애틋한 첫사랑의 배경이 되며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12월이면 구둔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카페, 체험장 등이 문을 연다.

고즈넉한 구둔역에서 벗어나 용문 방향으로 가면 용문사, 친환경농업박물관 등이 자리한 용문산관광지다. 천년고찰 용문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좋고, 주말에는 등산객이 뒤엉켜 다소 붐빈다. 한적한 숲 속 산책을 원한다면 쉬자파크로 발길을 옮긴다. 허브정원과 다양한 조각상이 볼만한 남한강변의 들꽃수목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 개장해 운치를 더한다. 양평 나들이 때는 숲속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중미산자연휴양림은 토성과 목성 등 행성을 테마로 한 숙소를 새롭게 개장했고, 휴양림 옆에 중미산천문대가 들어서 밤하늘의 별자리와 추억을 나눌 수 있다.

양평 여행의 마무리는 단연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만남의 사연까지 더해져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 성지로 자리 잡았다. 산책로와 카페촌이 조성돼 주말이면 강변 조명 아래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들이의 시작은 구둔역에서, 마무리는 해 질 무렵 두물머리가 안성맞춤이다. 문의:경기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0-2490

태백 철암역, 탄광 도시 철암의 ‘그때 그 모습’을 만나다

강원 태백시 철암은 정부가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번성한 고장으로, 한때 인구가 5만 명에 달했다. 당시 철암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곳이 철암역. 석탄으로 번성하던 시절을 웅변하듯 4층 건물이 우뚝 섰다. 철암역은 역사보다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유명한데,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선탄장 건너편에 자리한 마을 풍경도 독특하다. 곧 쓰러질 듯한 2~3층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다. 지금은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해 박물관으로 쓰인다.

태백은 겨울 가족 여행지로도 좋다.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 고생대 삼엽충과 공룡 화석을 전시하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용연동굴,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과 함께 돌아보자.

태백은 여느 산악도시에 견줘 유난히 맛집이 많다. ‘맛고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고깃집이 자주 눈에 띈다. 황지자유시장 골목을 비롯해 태백시에 한우 식당이 40여 개 있는데, 이름에 대부분 ‘실비’가 들어간다. 태백 사람들은 소 갈비살을 즐겨 먹는데, 석탄을 캐던 지역답게 연탄불로 굽는다. 숯보다 화력이 센 연탄이 육즙을 꽉 잡아주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고기 맛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 된장소면, 물닭갈비도 별미다. 문의:강원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논산 연산역, 100년 넘은 급수탑에 철도문화 체험도

 

간이역을 찾아가는 여행은 느림을 즐기는 여정이다. 호남선 연산역은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는 간이역이다. 상·하행을 더해 기차가 하루에 10회 정차한다. 그나마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덕분에 연산역의 시간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른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급수탑이 있다. 화강석을 원기둥처럼 쌓아 올리고 철제 물탱크를 얹었는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되었다. 연산역에서는 다양한 철도 문화 체험도 가능해 주중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쓸쓸한 간이역이 활기 넘치는 시간이다.

연산역에서 가까운 논산 돈암서원, 질 좋은 농축산물을 거래하는 화지중앙시장, 은진미륵의 미소가 좋은 관촉사,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한옥을 볼 수 있는 논산명재고택, 젓갈과 근대건축이 어우러진 강경근대문화코스까지 논산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보려면 하루 나들이로 벅차다. 문의:충남 논산시청 관광체육과 041-746-5741~3

군산 임피역, 시간이 멈춰선 곳

 

매봉산 바람의 언덕. ⓒ한국관광공사
매봉산 바람의 언덕. ⓒ한국관광공사

전북 군산시 임피면 서원석곡로에 있는 임피역은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열어,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거점 역할을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1936년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었다. 지금의 역사는 이때 지은 것으로,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됐다.

2008년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됐고, 임피역은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해 관광객을 맞았다.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담론』과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승강장 쪽에 나무 벤치를 마련해 고즈넉한 간이역 풍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개항장 군산의 독특한 분위기가 풍기는 근대역사문화거리, 군산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은파호수공원,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는 비응항 등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문의:전북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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