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없이 못사는 남자가수들?
‘여혐’ 없이 못사는 남자가수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6.11.28 11:23
  • 수정 2016-11-28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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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박 쎄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 빵빵”… DJ DOC는 ‘여혐’ 없인 사회비판 못합니까?

힙합그룹 DJ DOC 사회비판 노래로 

박 대통령 겨냥한 ‘수취인분명’(미스박) 발표

여성혐오 가사로 논란 커져

 

페미니스트 항의로 5차 촛불집회 광화문 무대 취소

“‘미스박’은 성별 강조하는 비난·조롱일 뿐

현 정권에 대한 합당한 비판 아니다”

 

최근 시국비판 노래로 ‘수취인분명’이라는 노래를 낸 힙합그룹 DJ DOC. 하지만 노래 가사는 “미스박 you 노답, 세뇨리땅, 얼굴 빵빵”등의 여성혐오 표현으로 가득해 논란이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시국비판 노래로 ‘수취인분명’이라는 노래를 낸 힙합그룹 DJ DOC. 하지만 노래 가사는 “미스박 you 노답, 세뇨리땅, 얼굴 빵빵”등의 여성혐오 표현으로 가득해 논란이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한국 남자가수들의 ‘여혐’ 섞인 가사가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힙합 가수들은 시국비판이라는 명분 아래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는 노래를 내며 사회비판 대열에 탑승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사에는 ‘미스 박’ ‘나쁜년’ 등 성별을 부각한 원색적인 비난부터 ‘충혈된 눈 홍등가처럼 빨개’ 등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혐오 표현까지 여성혐오 요소들로 가득하다. ‘여혐’ 가사는 현 정권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조롱 섞인 혐오 표현일 뿐이라는 지적이 높다.

25일 힙합그룹 DJ DOC는 ‘수취인분명’이라는 제목의 박근혜 대통령 디스곡을 발표했다. 그들은 노래 속에서 박 대통령을 ‘미스박’이라고 지칭하며 “잘가요 미스박 쎄뇨리땅” 등의 가사를 내뱉는다. ‘미스’(Miss)라는 말은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가리키는 영어식 표현일 뿐일까. 단어는 그것이 사용되는 배경과 상황,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뜻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본래 가지고 있던 의미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뜻과 맥락을 가질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미스박이라는 표현이 성별을 부각하고 여성을 얕잡아보는 표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kr*****)은 “한국어에서 ‘미스’는 성씨와 결합돼 낮은 사회계급의 여성을 지칭해왔다. 대통령을 미스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러한 의미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며 “‘미스터 박’에는 그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미스’라는 표현이 단순히 여성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여성을 낮춰 보는 사회적 맥락이 포함된 호칭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누리꾼(@wi*******)은 “미스 박, 마담 박의 원어는 그냥 호칭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저 호칭의 의미는 명백하게 부정적”이라며 “살롱의 원 뜻은 사람들이 사교를 위해 모인 넓은 거실이지만 한국에서 ‘싸롱’이 어떻게 쓰이는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서 광화문 광장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DJ DOC는 여성혐오 가사로 논란이 된 후 페미니스트들의 항의로 무대가 취소됐다. ⓒ페미당당 공식 페이스북 캡처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서 광화문 광장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DJ DOC는 여성혐오 가사로 논란이 된 후 페미니스트들의 항의로 무대가 취소됐다. ⓒ페미당당 공식 페이스북 캡처

페미니스트 그룹인 페미당당과 강남역 십번출구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페미당당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세뇨리땅, 얼굴이 빵빵, 미스박 등의 가사는 명백한 여성혐오적 내용”이라며 “미스박은 박 대통령의 공무집행 능력이나 공적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여성성을 지목해 공격하는 여성혐오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특히 “‘미스’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한 젠더권력 속에서 오염돼버린 단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사 속에서 대통령의 모습은 성형을 많이 해 얼굴이 빵빵하거나 (원곡에서는 오빠가) 태워주는 차를 탄다는 등 여성혐오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외모비하와 여성혐오 표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가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고 박수를 받는다면 그것을 듣고 상처받게 되는 이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광장에 나와 같이 싸우는 여성일 것”이라며 “광화문에서 울릴 이 노래의 수취인은 결국 누구인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강남역 십번출구도 25일 페이스북에 “국내 힙합 가수들은 여성혐오를 끌어오지 않고서는 가사 한 줄 못 쓰나 보다”라며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수취인분명’의 공연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당초 DJ DOC의 ‘수취인분명’은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서 문화공연으로 광화문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성혐오 가사로 논란이 된 후 페미니스트들의 강력한 항의로 공연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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