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분노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26일 밤 5차 촛불집회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후 한산해진 경복궁역 인근 아스팔트 바닥에는 색색깔 분필로 쓴 글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왕복8차선 도로 위에는 ‘이게 나라냐’,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라’ 등 집회에서 주로 들리는 구호와 함께 ‘혐오 발언 아카이빙’이라는 제목을 달고 집회에서 나온 각종 발언을 정리한 글도 있었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글을 하는 이들은 주로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초중등부 학생들로, 집회에는 20명 이상 참가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혐오 발언 아카이빙을 작성한 여인서(18) 학생은 “청소년이자 여성으로서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아 집회에서 느낀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공론화 해주고 있어서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어떤 대통령을 다시 뽑을 것인지 논의가 충분히 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수집한 혐오 발언은 ‘병신년’, ‘조개나 줍고 있네’, ‘박근혜는 장애인’, ‘(청소년에게) 당연한 반말’, ‘기특하다’ 등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26일 5차 촛불집회 중 경복궁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바닥에 색색깔 분필로 글을 쓰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옆에 앉아 글을 쓰던 동생 여인찬(16·남) 학생은 집회 차량에서 최신 댄스곡을 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췄고 또래 학생들 두 명이 함께 리듬을 탔다. 여인찬 학생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힙합 리듬에 얹어 외쳤다.

이들 학생의 어머니이자 성미산학교 교사인 연두(별명) 씨는 ”지난 3차 집회 때 한 졸업생이 분필을 가져와 글을 써보자고 제안해서 자연스럽게 시작해 인권동아리 학생들이 중심이 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시민들도 분필을 빌려달라며 동참한다. 집회 때마다 분필 1만 원치를 사오는데 금방 다 떨어진다“고 전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글쓰기에 동참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글쓰기에 동참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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