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촛불집회] 페미니스트들의 당당한 자유발언

‘페미존’ 조직해 민중총궐기 사전집회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

 

페미당당, 강남역 십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Just Feminist 등 페미니스트 단체와 일반 시민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페미당당, 강남역 십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Just' Feminist 등 페미니스트 단체와 일반 시민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스트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었던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에 이어 마련된 2차 사전집회다.

페미당당, 강남역 십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저스트 페미니스트(Just' Feminist), 노동당 여성위원회,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 박하여행(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정의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 등 페미니스트 단체와 일반 시민들은 여성혐오, 낙태죄, 외국인 차별,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등 다양한 주제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트랜스젠더이자 성노동자, 성소수자인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성노동자네트워크 활동가는 “성노동자가 살해당하고 혐오당하는 세상에선 여성들이 행복할 수 없다”며 “많은 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며 성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페미니스트들은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페미가 당당해야 부패정권 박살낸다’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없다’ ‘여성 억압하는 낙태금지법 반대한다’ ‘우리가 앞장서서 혐오를 박살내자’ 등의 단체구호를 외치며 박근혜 정권 퇴진과 여성의 권리 향상을 촉구했다.

 

페미니스트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스트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페미존’을 구성해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이 준비한 페미니즘 스티커 ⓒ변지은 기자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이 준비한 페미니즘 스티커 ⓒ변지은 기자

여성주의 춤 동호회 스윙시스터즈 운영자는 “커플댄스는 남자와 여자만이 출 수 있다는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여성끼리도 춤출 수 있다는 신념으로 14년 동안 성역할을 파괴하는 데 힘써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하며 즐겁게 싸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의료학생연합 ‘매듭’은 “정부는 여전히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남성 중심의 법안을 비판하고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태죄 합헌 이후 낙태 범죄화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았다. 여성이 임신하지 않을 권리를 갖기 위해선 낙태 합법화가 곡 필요하다”며 “낙태죄 폐지하고 여성해방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청소년이자 퀴어라고 소개한 페미니스트는 “저는 숏컷을 했거나 바지를 입는다는 이유만으로 ‘넌 도대체 남자냐 여자냐’ ‘네가 바지 입으면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된다’등의 혐오 발언을 들어왔다”며 “내가 어떤 옷을 입더라도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별·혐오발언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외국인의 차별 금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외국인 학생은 “얼마 전 트위터에서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을 놀리는 것이 문제되는 것을 봤다”며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리는 건 명백한 차별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 발음을 따라하거나 놀리는 사람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페미니즘과 외국인 차별을 타파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트랜스젠더 애인을 둔 페미니스트는 성별 고정관념 타파를 촉구하며 트랜스젠더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애인은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다. 근데 저랑 사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나 성역할 강요가 만연하다. 페미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도 당당해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이 마무리된 후 행사를 진행한 페미당당 운영자 심미섭씨는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11월25일~12월10일)을 맞아 ‘국제 여성 파업’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독일,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15개 국가와 함께한 파업 선언문에서 여성들은 “세계의 여성은 여성을 향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수단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여성과 함께 연대해 파업할 것이다. 결국은 싸우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국제 여성 파업’ 선언문의 한글 번역본 전문이다.

<국제 여성 파업>

세계의 여성들이 정부에 고함.

우리 세계 여성들의 삶은 물리적, 경제적, 언어적 그리고 도덕적인 폭력으로 점철되어 왔다. 그리고 2016년의 오늘,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수동적으로 용인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 여성 혐오적인 말과 행동을 멈추고, 여성의 생명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여성들이 낙태를 포함하여 합당한 의료 행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강간, 가정폭력 등의 여성혐오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엄격한 형사처벌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자이기 전에 인간이고, 바로 오늘 2016년을 살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우리들은 세계가 위기를 겪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여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비열한 방식으로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려하는 집권세력의 행위를 규탄한다. 집권자들은 들어라.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평화롭고 직접적으로 해결하고 언급하되, 그 과정에서 여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성숙한 태도를 보여라.

우리 세계의 여성은 여성을 향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수단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전 세계의 여성과 함께 연대하여 파업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를 구성하고 있으며, 결국은 싸우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우리 모두의 결정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연대는 우리의 무기다!

-국제여성파업-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독일,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폴란드, 러시아, 엘살바도르, 스코틀랜드, 한국, 스웨덴, 터키, 그리고 지금도 더해지고 있는 국가들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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