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창립 올해 50주년… 전국 38개 클럽 800여명 활동

탈북여성 돕는 힐링센터 ‘채송화의 꿈’ 제주에 개소

 

‘네 꿈을 펼쳐라’ ‘꿈은 이루어진다’ 프로그램

매년 여성 54명, 여학생 52명 학자금과 직업교육비 지원

 

서울 용산구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효철 총재는 “하나를 하더라도 온 정성을 쏟는 게 소롭티미스트들”이라며 “누구든 봉사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소롭티미스트’”라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서울 용산구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효철 총재는 “하나를 하더라도 온 정성을 쏟는 게 소롭티미스트들”이라며 “누구든 봉사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소롭티미스트’”라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과 소녀들의 꿈에 투자해 그들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한 지 꼬박 50년이 흘렀네요. 봉사는 수혜자뿐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죠. 누구든 봉사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소롭티미스트’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10월 24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지역 ‘소롭티미스트 마켓’은 한국의 소롭티미스트들이 만든 봉사의 잔칫상이었다. 서서울클럽 회원들이 만든 ‘눈물의 바질페스토’를 비롯해 석 달 동안 바자를 준비해온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효철(67) 총재는 “하나를 하더라도 온 정성을 쏟는 게 소롭티미스트들”이라며 환히 웃었다.

“흑토마토를 100kg 이상 썰어 말리느라 몸은 파죽음이 됐어도 기쁘게 봉사하는 밝은 얼굴이 참 행복해보였어요. 행복이자 협동이자 단결이자 나눔이었죠. 김치스콜레수업으로 김치연구반이 결성돼 전어김치, 풍덩김치 등을 회원들에게 선보였어요. 서서울클럽에선 내년부터 미혼모들과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또 지역별로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바자회 수익금 수천만원은 고스란히 여성과 소녀들의 꿈에 투자했다고 신 총재는 전했다.

소롭티미스트는 입에 착 달라붙는 말은 아니지만 이들이 50년간 해온 자원봉사의 역사는 만만치 않다. 여성이 여성과 소녀를 돕는 그 가치도 우리 여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소롭티미스트(Soroptimist)는 라틴어의 Soros(여성)과 Optima(최고)가 합쳐진 말로 ‘여성을 위한 최고’라는 뜻이다. 유엔에 소속된 세계 최대의 국제여성봉사단체로, 129개국에서 8만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국제소롭티미스트의 역사는 100여년 가까이 된다. 192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남성들과 달리 사회 진출 통로가 막혀 있던 전문직 여성 80명이 손을 맞잡고 어려움에 처한 여성과 소녀들이 능력을 꽃필 수 있도록 돕자는데 의기투합했다.

한국협회의 출발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총재는 초창기 활동상을 다룬 신문기사를 보여줬다. 전쟁미망인 모자원 자립을 위해 재봉틀을 사다주고 여자맹인들이 모여 살던 희망여맹원에 농토 1267평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부터 전쟁미망인에게 인형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파고다 아케이드에 판매시장을 열게 하겠다는 구상까지 담겨 있었다.

초창기에 활동했던 이들로는 대한극장 국정본 회장 부인 감정희씨(초대 회장),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장관(2대 회장), 에스콰이어 창업주인 고 이인표 회장의 부인 한도정씨(3대 회장), 기업인 이지형씨(4대 회장) 등이 있다. 50년전 서울클럽 창립으로 시작돼 지금은 전국 38개 클럽에 8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작은 씨앗이 무럭무럭 큰 나무로 자라 800개의 열매를 맺은 셈이다. 소롭티미스트는 교육이 여성과 소녀들의 자립을 위한 최고 해법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서서울클럽 창립 멤버로 30년간 활동해온 신 총재는 한국협회 서기, 재무 등을 두루 거치고 지난 6월 최오란 총재 뒤를 이어 “마지막 봉사”로 23대 총재로 취임했다. 그는 숙명여중고, 서울대 기악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도서출판 계명사 대표로 있다.

 

10월 24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지역 ‘소롭티미스트 마켓’은 한국의 소롭티미스트들이 만든 봉사의 잔칫상이었다. 사진 오른쪽서 둘째가 신효철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총재. ⓒ이정실 사진기자
10월 24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지역 ‘소롭티미스트 마켓’은 한국의 소롭티미스트들이 만든 봉사의 잔칫상이었다. 사진 오른쪽서 둘째가 신효철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총재. ⓒ이정실 사진기자

신 총재에게 소롭티미스트의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정치나 종교적 색깔 없이 순수한 봉사단체로 마음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크게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네꿈을 펼쳐라(LYD, Live your dream)은 여성가장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과 기술 훈련을 해준다. ‘꿈은 이루어진다’(DiBi, Dream it, Be it)는 만14~17세 이하 소녀들에게 멘토십과 재정 지원을 해준다. 올해는 한국협회와 미주협회가 마련한 장학금으로 여성 54명(LYD)과 여학생 52명(DiBi)에게 학자금과 직업교육 비용을 지원했다.

“클럽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는데 선별하는데 반드시 찾아가서 만난 후 심사를 하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서울 한남클럽에선 2011년부터 고양열린청소년쉼터를 매달 방문해 초등학교 졸업생 2명의 멘토 역할을 해오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대학입시 프로젝트를 가동했어요. 2년간 교육 지원을 했는데 선생님들도 교통비만 받고 무상으로 도와줘서 아이가 대학 디자인학과에 수시합격했어요. 엄마들이 많으니까 현실성도 꼼꼼히 체크하지요(웃음).”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지난 5월 탈북여성 힐링센터 ‘채송화의 꿈’을 열었다. 제주클럽 회장인 박선영씨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탈북여성과 소녀들을 돕기 위해 대구클럽은 북한 이탈여성 예술인으로 구성된 남북하나통일예술단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서울 클럽은 북한 이탈학생 교육 학교인 한겨레고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협회는 대구클럽이 남북하나통일예술단원들을 소롭티미스트 남북하나클럽 회원으로 가입 제안해 지난 4월 19일 북한이탈여성들의 단일 클럽으로 인준했다.

“채송화는 어떤 시련을 겪어도 매년 다시 꽃을 피울만큼 생명력이 강해요. 탈북여성들이 채송화처럼 꿈을 갖고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채송화의 꿈’이라 이름지었죠.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남북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열고 싶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신 총재는 “‘과거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50년사를 준비해 오늘의 소롭티미스트를 만든 선배들의 업적을 조명해 숭고한 뜻을 이어나가 더 나은 소롭티미스트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신효철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총재는 “‘과거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50년사를 준비해 오늘의 소롭티미스트를 만든 선배들의 업적을 조명해 숭고한 뜻을 이어나가 더 나은 소롭티미스트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신효철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총재는 “‘과거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50년사를 준비해 오늘의 소롭티미스트를 만든 선배들의 업적을 조명해 숭고한 뜻을 이어나가 더 나은 소롭티미스트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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