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시사전망대]

국민 상대로 상습적 거짓말

박근혜 탄핵할 이유 충분

 

정치권 탄핵 시계 빨라져

검찰, 제3자 뇌물죄 등

확실한 범죄 사실로 기소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 있다(촛불 흐름과 청와대 전경을 다중촬영으로 합성). ⓒ뉴시스·여성신문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 있다(촛불 흐름과 청와대 전경을 다중촬영으로 합성).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직권 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혐의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검찰의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의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했다.

검찰 수사발표를 보면 박 대통령이 그동안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잘 드러난다. 첫째,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1차 사과문 발표에서 “일정기간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지만 청와대 보좌 체제가 완비된 후 그만뒀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의 국정 개입은 정권 4년차인 올해 4월까지 계속됐다.

둘째,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연설문 또는 홍보문 일부 표현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최순실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총180건의 문서를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47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됐다.

셋째,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을 직접 계획하고, 대기업 회장들을 독대하며 기금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는 검찰 조사에 대해 반발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조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4일 2차 대국민 사과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자신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피의자가 되자 조사 불응을 외쳤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다. 그는 사임 연설문에서 “국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 “저의 사임이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치유의 과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닉슨이 사임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도청행위 그 자체도 있었지만 뻔히 드러나는 사실 앞에서 계속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을 위배한 것도 있지만 국민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야3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늦어도 내주까지 탄핵 소추안을 작성한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탄핵 시계는 빨라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과연 보수 성향이 강한 재판관이 많이 포진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구나 내년 3월까지 2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돼 헌재 판결이 그때까지 미뤄지면 헌법재판관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이뤄진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 발의 사안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 ‘중대한 법 위반’ 여부만을 판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려면 탄핵 절차가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용기 있는 최종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을 제3자 뇌물죄 등 확실한 범죄 사실로 기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도 압도적인 다수로 탄핵을 가결하고 헌재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여하튼 검찰은 역사를 두려워하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국민만 바라보며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사실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 검찰의 오명에서 벗어나 국민 검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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