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효력정지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효력정지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교 2학년인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지 않았다.

지금 고교 3학년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 사회시간에 역사를 배웠는데 지금 고2가 6학년이 되자 역사 수업이 5학년 때 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야 역사를 배웠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들도 있지만 학교교육에서 교과과정이라든가 교과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모세대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한 40대 이상의 부모들은 숨막힐 듯했던 교실을 기억한다.

일제강점기부터 교사 생활을 한 교장선생님들은 대부분 애국조회 시간마다 단결력이 없어 일본사람에게 당했다는 식민지 역사관을 은연중 어린 학생들에게 주입시켰고 독재대통령의 위대함이라든가 조선시대의 당파를 비난하며 학생들의 침묵을 강요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고 5·18 민중항쟁을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라고 보도하는 방송을 믿으며 자란 우리 세대가 대학에서 보고 알게 된 내용이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여 5월은 늘 우리 삶의 정체성을 흔드는 시기였다. 그때 우리가 교과서로 획일적으로 배운 역사가 승자 위주의 기득권층 지배 논리로 우리를 교육한 내용이었다는데 대한 문제제기가 우리에게 있었다. 승자 위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을 얻지 않더라도 건강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으려면 다양성을 존중받는 민주시민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역사 속 민중의 모습을 확인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국난과 외침을 이겨낸 이들은 모두 피지배계층이 아니었나. 바람 불면 쓰러지지만 그치면 다시 일어서 돋아오르는 풀처럼 수만의 이름으로 살아서 움직인 사람들이 자식을 키우고 길러내서 우리 시대까지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히 가르쳐야만 미래의 모습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인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늘 권력의 정점에 섰고 그 권력을 이용할 줄 아는 권력에 충성하는 계층. 그들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는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3·1운동을 기점으로 한 대한독립만세의 뿌리와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을 왜곡하고 일반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건국절 추진을 생각해낸걸 보면 현재의 기득권층이 얼마나 친일과 맞닿아 있느냐는 소름이 돋게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본. 그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억압과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는데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말하고 기존의 검인정교과서를 좌편향 운운하며 색깔 반공이데올로기를 덧씌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민과 그 교과서를 배워야 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분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기성세대가 그동안 길들여진 역사관으로 학벌위주 사회를 만들었고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아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충성 경쟁과 소수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는 사실을 요즘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이승만 독재는 인정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는 장기집권이라고 표현하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확인하면 국정교과서 내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집필진과 내용을 밝히지 않고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불신의 다른 이름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결코 나뿐만이 아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