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페미니즘 혁명] 

결혼해서 남편 수발부터

시댁일까지… 여성은 되레

혼자 살면 만사 편해

 

‘결혼은 남자 손해’라며

남성들이 거품을 무는 건

완전히 적반하장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사람은 27%로, 20년 전에 비해 10% 줄었다고 한다. 결혼에 뜻을 두는 청년들이 줄어드는 거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 기사가 주목받은 것은 결혼에 부정적인 남성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혼 안 한 그 남자 행복할까?

기사는 이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남성들이 결혼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무거운 책임을 지는 반면, 남성의 가정 내 권한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이유란다. 그러면서 기사는 탱고를 배우고, 그 후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김철웅씨를 인터뷰한다. 그가 말한다.

“즐겁게 시간 보내는 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요. 결혼에 대해서는 꼭 그렇게 반드시 급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김철웅씨는 정말 행복한 것일까? 몇 가지 이유에서 난 그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첫째, 집안일은 힘들다.

남자들은 결혼을 하면 집안일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넘긴다. 물론 집안일을 분담하는 남자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우리나라의 가사 분담률은 아직도 세계 최하위권이다. 즉 여자가 훨씬 더 많은 집안일을 한다는 것인데, 결혼을 하지 않으면 집안일을 혼자 해야 한다.

tvN 인기프로 ‘삼시세끼’에서 보듯 밥만 차려먹어도 일이 많다. 이런 게 싫어서 시켜먹거나 외식을 해보지만, 집밥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밥을 하자니 일은 많고, 그때 김철웅씨는 생각한다. 나도 결혼을 해야겠다고.

둘째, 돈을 모으지 못한다.

남자들은 생각한다. “내가 죽자고 돈을 벌어와 봤자 아내에게 바쳐야 한다. 그리고 난 쥐꼬리만한 용돈을 타서 쓴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그럼 결혼을 안 하면 돈을 풍족하게 쓸 수 있을까? 아무래도 유부남에 비해서는 여유가 있겠지만, 절제를 못하는 씀씀이로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이 나와서 같이 놀아주는 술집을 가다보면 월급은 금방 모자란다. 나이가 듦에 따라 노후 대비가 걱정돼 싱글의 즐거움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서 김철웅씨는 생각한다. 같이 늙어갈 반려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셋째, 섹스는 어떻게 할까?

남자분들에 따르면 남성들은 성에 관한 한 인내심이 매우 부족하다. 하고 싶을 때는 꼭 해야 하는데, 싱글로 살다보면 할 상대가 없다. 세상에 여자는 많은데 할 여자가 없으면 그것만큼 허탈할 때가 없다. 운좋게 애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섹스만 하고 결혼은 안 하면 남자가 좀 이기적으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싱글은 참거나 혼자 해결하거나 아니면 업소를 가야 하는데, 맨 마지막은 조심하자. 단속에 걸리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으니까. 김철웅씨는 처음으로 결혼을 하면 어떨까에 생각이 미친다.

왜 자유가 좋냐고? 구속이 있기 때문

넷째, 아이에 대한 욕망.

가끔은 자신을 닮은 아이가 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혔듯,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니 말이다. 그런데 남자 혼자서는 애를 낳을 수도, 기를 수도 없다.

좀 유명한 얘기이긴 하지만 ‘은폐된 배란’이란 가설이 있다. 발정기 때 엉덩이가 붉어지는 동물들과 달리 사람은 배란을 언제 하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다. 배란기 때만 관계를 하면 좋을 텐데 배란일을 모른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을 곁에 두고 자주 섹스를 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고 한다. 결혼이 남자가 먼저 원해서 만들어진 제도일 확률이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섯째, 자유는 구속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내 지인의 아내가 친지 결혼식 때문에 한 달 일정으로 미국에 가게 됐다. 그 지인은 아내가 미국에 가기 두 달 전부터 흥분한 나머지 마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평소 잉꼬 같던 부부였는데 잠시 헤어지는 게 그리 기쁜 이유가 뭘까?

자유가 아름다운 건 평소 구속이 있기 때문이다. 간섭하는 사람 없이 마음대로 산다면 필경 방종으로 치닫고, 자유의 소중함도 모르게 된다. 김철웅 씨는 울부짖는다. “누가 나 좀 잡아줘.”

이밖에도 너무 늦게까지 결혼을 안 하면 변태처럼 보인다는 것, 남자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덕분이라는 것 등등이 김철웅씨의 마음을 결혼 쪽으로 가깝게 가게 만든다.

하지만 여자는 모든 게 남자와 반대다. 결혼해서 남편 수발은 물론이고 시댁일까지 하는 대신, 혼자 살면 만사 편하다. 섹스에 대한 인내심도 뛰어난 데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마음만 굳게 먹으면 파트너를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이건 각종 길거리시험 결과 증명된 사실이다. 아이가 갖고 싶다면? 정자은행 등을 이용해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경제적 뒷받침만 된다면 여성에게 결혼이 크게 유리할 게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남성들이 ‘결혼은 남자 손해’라며 거품을 무는 건 완전한 적반하장이다. 남성들이여, 싱글이 행복하다는 거짓말은 그만두고 여성에게 잘하시라. 혹시 아는가? 당신을 구제해 줄 여성이 어딘가에 있을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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