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서울 포함 전국 95만명 운집 

축제 분위기 속 평화집회 이어가...시민 자유발언부터 전인권 무대 공연까지

행진 때 울려 퍼진 페미니스트들의 외침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할 수 없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했다. ⓒ변지은 기자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했다. ⓒ변지은 기자

'촛불이 꺼지면 횃불이 되고, 횃불이 꺼지면 들불이 된다'

대통령 퇴진과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의 염원에도 청와대가 요지부동하자, 촛불은 들불처럼 전국에 번져가고 있다.  

150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11월 19일 집회에 서울에만 6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또 부산·광주·전주 등 70개 지역에서도 35만명이 모였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17만, 전국 26만2000명이 거리로 나온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 본 무대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수능 마친 고3, 세월호 유가족 등이 올라 발언했다.  

최이삭 시민단체 활동가는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는 범국민행동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집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활동가는 대통령 변호인의 ‘여성 사생활’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었다”며 “박근혜,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치고 대구에서 온 고3 배유진 씨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될 자격도, 국민을 가지고 놀 권리도 없다”며 “대통령이 최순실의 꼭두각시지, 우리가 대통령의 꼭두각시는 아닌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 위원장도 무대에 올랐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후 국가 개조를 운운하며 국민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힘으로 만든 세월호 특별법과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해체시켰다. 이것이 바로 현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는 반드시 온전하게 인양돼야 한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으로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게 하고 이 나라의 주인은 박 대통령과 그 부역자 세력이 아니라 우리 국민임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발언 이후에는 래퍼 가리온과 전인권 밴드의 공연도 이어졌다. 특히 전인권 밴드가 ‘상록수’, ‘걱정말아요 그대’, ‘행진’ 등 히트곡을 잇달아 부르자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떼창’ 열기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축제의 현장 같았다.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페미니스트·성소수자 단체들은 ‘페미/퀴어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여성/성소수자 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할 수 없다’ ‘혐오차별 선동하는 박근혜를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 대열에 참가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페미니스트·성소수자 단체들은 ‘페미/퀴어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여성/성소수자 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할 수 없다’ ‘혐오차별 선동하는 박근혜를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 대열에 참가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범국민행동은 본회의를 마친 뒤 오후 8시15분께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해 사직로와 율곡로 방향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를 기억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경찰 차벽이 있는 내자동 사거리까지 행진을 이어나갔다.

특히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페미니스트·성소수자 단체들은 ‘페미/퀴어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여성/성소수자 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할 수 없다’ ‘혐오차별 선동하는 박근혜를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 대열에 참가했다.

이들은 내자동 로터리 경찰 차벽 앞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고 행진을 마무리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7월 본관 점거 농성 당시 저항의 노래로 불러 다시 한 번 주목받은 노래다.

공식적인 집회 허가 시간인 19일 밤 11시 59분을 전후로 집회 참가자들은 자진해서 해산하기 시작했고, 20일 오전 1시께 모두 돌아가면서 19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가 마무리됐다. 4차 집회와 관련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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