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는 한국의 고질병인 부패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박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한국의 공직사회에 부패, 뇌물수수, 횡령, 권력 남용 등이 몇 세대에 걸쳐 약간씩 형태가 달라졌을 뿐 공직사회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게이트’가 위법 대상 범위로 볼 때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라고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WP는 한국의 권력 부패 사례로 1993년 첫 문민 대통령으로 한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김영삼 대통령 자신도 결국 부패란 고질병에 걸렸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1987년 민주화 후 한국의 대부분 대통령이 부패사건에 휘말렸어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검찰이 재임 중에 조사하는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박 대통령 퇴진 가능성을 70%로 전망했다.

WP는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을 ‘그림자 대통령’으로 표현하면서 점점 더 규모가 커진 촛불시위로 최순실에 대한 공분을 잠재우려는 박 대통령의 시도가 무위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한국-태평양 지역을 연구하는 스티븐 해가드 교수는 이날 WP에 “위반 혐의 대상 범위 면에서 (최순실 게이트가)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스캔들”이라며 “기밀정보 유출, 재단 운영, 대학 입학 비리까지 불법 행위 범위가 6가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라종일 한양대 국제학부 석좌교수도 WP에 “이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닉슨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한국에서 권력층의 부패가 뿌리뽑히지 못하는 이유로,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학연과 조직에 대한 충성이 법 준수 정신에 맞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문제로 꼽았다. 미국 외교협회의 한국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는 WP에 "한국은 매우 공동체적인 사회"라며 ”사람들은 상대에게 대세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학연과 조직에 대한 충성 대(對) 법 준수 정신은 예전부터 있는 사회갈등으로 부패를 고질병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