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

분노는 컸고 평화는 강했다

 

청와대 ‘할 테면 해보라’며

탄핵 요구 내심 반기는듯

 

야권은 공조와 협치 강화를

‘대통령 머슴’ 이정현이 먹칠한

새누리당은 해체 후 재창당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명의 성난 촛불이 거대한 강을 이루었다. 지난 12일 광화문 집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를 위한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옳은 것을 위해 싸운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이런 평화로운 촛불 집회를 잉태한 것 같다.

11·12 광화문 집회는 한마디로 분노는 컸고 평화는 강했다. 청와대는 “촛불 민심을 무거운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곧 반격 모드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은 당장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또 “모든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매도되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19일 기소가 예정된 최순실의 공소장에 범죄 사실이 기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를 미루려는 잔꾀로 보인다.

이는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최순실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변호인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임기 중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 분열이 우려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가 부절적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는 촛불 민심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유 변호사는 또 회견 말미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이 국면에 여성을 들먹이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려는 작태를 보면서 정말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든다. 유 변호사의 기자 회견은 박 대통령이 남의 입을 빌려 국민을 능멸한 ‘차구능민’(借口凌民)에 불과하다. 여하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치 ‘할 테면 해보라’며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가능성을 닫아 놓았기 때문에 탄핵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런데 야권은 탄핵을 주저하고 있다. 핵심 이유는 우선 탄핵안 가결을 위한 정족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탄핵이 가결되려면 국회에서 200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야3당 의석(165석)에 야권 성향 무소속 6석을 합치면 171석으로 새누리당에서 29명이 합류해야 한다.

둘째, 헌법재판소가 과연 탄핵 결정을 내릴지 불투명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가결된다. 그런데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셋째, 수개월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탄핵 발의에 1∼2개월 정도 소요되고,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 180일까지 최대 8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

친박 내부에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탄핵이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잠재울 수 있고, 탄핵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최순실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보수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탄핵이 진행되고 특검이 시작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나라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모든 국정은 마비되고 경제와 안보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퇴진 선언→여야 합의로 대통령 권한 대행 총리 선출→향후 정치 일정 제시”라는 3단계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이 사임 선언과 동시에 의전 대통령으로 물러 날것을 제안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대안은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공허하다. 야권은 무엇보다 공조를 강화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새누리당을 먹칠하고 있는 사람은 대선 지지도가 낮은 당내 잠룡들이 아니라 대통령 머슴으로만 살아온 이정현 대표다. 이제 새누리당은 해체돼 재창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새 여당 지도부와 야당의 협치만이 정국 수습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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