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솔씨 이력서 ⓒ여성신문
정한솔씨 이력서 ⓒ여성신문

Q. 저는 두 아이의 엄마 정한솔입니다. 예전에는 한솔씨라고 불렸는데, 요즘은 누구 엄마로만 불린 게 몇 년째인지 모르겠어요. 육아에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갑니다. 그런데 매일 같은 생활에, 아이들에 매달린 나 자신을 보며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첫째는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둘째도 제법 손이 덜 가네요. 바로 직장생활을 할 생각은 없지만, 뭔가 나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요. 제 능력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A. 친밀한 커뮤니티를 찾아 흥미를 일로 발전시켜보세요

많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후 육아기에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곤 합니다.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했던 경우일수록 그 허전함은 더 커지게 마련이죠. 꼭 취업이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구직단계 전에 자신의 일을 탐색해보는 시기를 갖는 것도 좋은 기회이자 경험입니다. 한솔씨도 주변에 관심을 갖고 돌아보세요.

육아기 엄마들은 자녀 건강과 학습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가까운 지역에 교육기관이나 학부모 모임, 단체가 있을 겁니다. 관심 있는 공동체에 참여해 같은 입장의 엄마들과 일상사를 나누다보면 정보도 얻고 자녀와 관련된 다양한 지역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용기를 내서 방과후교사에 도전하거나 직접 공부방을 운영한다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좋은 상품도 소개하고 생활정보도 나누다가 쇼핑몰 창업을 했다든지 하는 전업주부들의 도전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한솔씨 주변의 다른 엄마들은 어떤 일을 하며 지내나요? 함께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또 하나의 방법은 한솔씨의 경력을 살려 관련 분야 일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예전에 디자인 관련 일을 하셨으니, 간단한 웹디자인이나 미술에 관련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주변에서 북디자이너가 필요해 마을 커뮤니티에 구인 공고를 올렸더니, 몇 시간 만에 지원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지원자 역시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인근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교육을 들었던 여성인데, 관련 경력도 없고 진입을 고민하던 차에 게시글을 보고 기회를 잡은 거라고 해요. 지금은 작업팀에 합류해서 함께 일하고 있다더라고요. 끊임없이 산업 동향이나 일자리 정보에 관심을 갖고 지역정보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구직사이트 등을 검색해보세요. 관심 있는 일을 꾸준히 찾고 준비하는 사람이야말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요.

시간제 일자리로 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컨대 주부 모니터단이나 상품 체험단 같은 소비자 의견을 구하는 공고가 있을 수 있어요. 기업체에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많은 일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솔씨처럼 육아와 살림으로 시간을 나눠 써야 하는 주부에게는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나 지역 내 커뮤니티에서 시민활동가로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무대로 사람을 연결하고,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업은 지역주민이 참여자이자 동시에 수혜자이므로,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참여도도 높은 편입니다. 한솔씨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내가 어디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낸다면 육아와 함께 하루가 빠듯하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활기찬 날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취업은 내 의지만으로 하기 어렵지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은 스스로 이룰 수 있습니다. 전업주부라도 시간제 일자리로 한층 바빠진 일과 속에서 자기관리와 역량강화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사업을 도모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입니다. 가족보다 더 넓은 이웃의 문제에 공감하며, 친밀하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사는 삶이 취업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일을 찾아 주변부터 서성여보세요. 꾸준히 두드리고 찾아보세요. 이미 한솔씨의 사회생활은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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