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현재 언론을 중심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끝을 모르는 의혹과 범죄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터져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최순실 게이트’라고 언론에서 보도되고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고 믿었던 많은 국민은 거기까지가 문제의 본질인줄 알았다. 그러나 양파를 까듯 하나, 둘 실시간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 또 이 불을 끄고자 박 대통령이 사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순실씨에게 일정부분 글의 수정에 도움을 받기도 했고”라는 표현은 엄청난 충격이었으며 나아가 “그것이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담화문은 국가원수가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가장 중대한 기밀을 사사로운 일개 개인에게 넘기고 내용을 수정받았다면 그 이후의 중요한 국가 현황인 경제, 정책, 국방의 문제는 어찌되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보면 이는 ‘최순실 게이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기를 주저 않았고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왜 박 대통령은 일을 이 지경으로 몰고 왔는가?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석하며 박 대통령의 조실부모와 시대 상황에 의거해 심리적 상황을 논하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표현한다. 한 기사를 인용하면 여권 인사는 “젊은 나이에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은 사람의 트라우마를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박지만씨가 마약으로 트라우마를 피했다면, 박 대통령은 종교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학자로 이 부분이 공감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윌프레드 비온의 이론대로 소화되지 않은 상태의 감정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얹히듯 가슴에 얹혀서 트라우마로 존재한다는 표현에 깊이 동의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양육자가 어떠한 양육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양육에 임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나이는 이미 20살이 넘은 나이였고 유학을 떠나서 꽤 많은 책을 통해, 친구관계를 통해, 무엇보다 유수한 석학을 통해 배움을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배움이 인지하고 해석하는 많은 사고 과정에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는 능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나이다. 이를 단순하게 트라우마로 보기에는 억지가 있다는 얘기다.

‘인지부조화’라는 이론이 있다. 1957년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가 제기한 이론으로 현상의 실체에 대한 지각, 판단, 사고 등의 지식이 결합돼 형성된 하나의 인지가 다른 인지들과 논리적으로 불일치해 발생한 부조화 관계를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심지어 그것을 찾지 못할 때는 억지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닫아놓고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해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려고 한다. 심지어 나쁜 결정을 내렸을 때조차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에 집착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쁜 결과에 대항해 싸운다. 사람들은 내면의 부조화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필자는 박 대통령의 심리가 인지부조화 상태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믿는 것을 보려고 한 상황의 연속이 어느 순간 수많은 합리적 인지와 대치되는 선에 서게 된 것이라 본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닫고 한쪽만을 향해 열어 놓았던 것이다. 어떠한 검증과 검열 없이 말이다. 정확한 상황과 가치를 직면하는 용기를 갖기보다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이제는 부조화를 깨고 나올 때다. 그리고 보이는 것을 믿어야 하는 선 위에 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조화에 질식할 것 같은 수많은 민중의 함성에 조화로운 답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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