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조카스타’ 이지훈 작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핑계 대며 

여성 주권 짓밟는 행태 하루 빨리 없어져야”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푸름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푸름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한국여성극작가전은 지난 9일 전옥주 작가와 강영걸 연출가의 초청강연인 ‘나의 삶, 나의 무대’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선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난 문단 내 성폭력 사태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지훈 작가는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요즘 한창 회자되고 있는 소설가에게 오래 전 식사 자리에서 성추행 비슷한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 성추문 사건이 터졌을 때 ‘드디어 꼬리가 길어서 밟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소설가나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면서 여성들의 정체성이나 인격, 주권을 가지고 놀고 짓밟는다”며 “그런 행태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작가는 “여성작가나 문학계 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공개적으로 말을 내놓으면서 (성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문화계가 성과 관련된 문제에 제일 늦게 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학교나 공공서 같은 기관은 성교육을 많이 시키는 데 반해 문화계나 예술계는 교육이 더딘 것 같다”며 “‘자유롭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성에 대한 모독이 계속되는 것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극작가전은 여성극작가들의 희곡이 무대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마다 다양한 신작을 소개해 여성연극인들의 창작활동 장려에 앞장서고 있다. 시대와 장르에 구분 없이 과거에 인정받지 못했던 희곡들을 재조명한다. 올해에도 고전과 근·현대, 동·서양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정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여성극작가전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함께 가자’는 부제처럼 조화로운 공연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며 한국 연극계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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