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변화에 무릎 꿇었다
희망이 변화에 무릎 꿇었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11.10 21:45
  • 수정 2017-07-09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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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저학력 백인 남성들

분노가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결합되면서 대이변 연출

 

한국도 국정 공백 마무리해야

정치 일정 밝히고

권력 단계적으로 이양

조기 대선 검토해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donaldjtrump.com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donaldjtrump.com

미국의 선택은 경악과 충격이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재벌 출신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되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다.

미국 CNN 방송은 선거전에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확률은 91%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의 추잡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CNN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에게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37%에 불과했고, 반대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61%나 됐다.

더구나 트럼프의 여성 희롱 발언이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비율이 무려 71%나 됐다. 그렇다면 이런 최악의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불신과 분노 때문이다. 소수의 정치 기득권층에 대한 국민의 피로와 불만이 극에 달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져 ‘아웃사이더 열풍’으로 이어진 것 같다. 클린턴은 1993년부터 20년 이상 워싱턴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 기득권 정치인의 상징이 되었고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한편 저소득, 저학력 백인 남성들의 분노가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결합되면서 대이변이 연출됐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잃은 미국 중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서의 반란이 트럼프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불황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이 지역 백인 유권자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분노한 백인들의 숨은 표가 대거 투표장으로 나오면서 승부를 갈랐다. CNN 조사결과,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1920년 여성에게 첫 참정권이 주어진 후 96년 만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될 것을 기대했지만 산산조각이 났다. 여하튼 힐러리가 주장하는 여성의 권한 강화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이 트럼프가 강조하는 미국 우선의 변화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라. 내일도 태양은 뜬다.

트럼프는 당선 연설에서 “지금은 미국이 분열의 상처를 묶고 하나가 되어야 할 때“라면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분열됐다. 이번 선거로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백인 우월주의와 극우주의가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트럼프의 정책 기조들이 그간의 정책들과 과격한 단절을 표방하고 있어 불안하다.

당장 한미동맹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줄곧 잘사는 대한민국이 주한 미국 방위 부담금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고, 심지어 MD 체제 무용론을 거론했다. 따라서 향후 사드 배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또한 트럼프는 민주당 정부가 체결한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줄곧 피력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국정 공백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현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거부하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퇴진 압박에 직면해 있는 박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과 협상하고 동맹을 강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고 야당이 주도하는 총리를 선임한 다음 거국내각을 구성해 새 책임총리가 당분간 미국과의 관계를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책임총리가 오랜 기간 동안 국정 전반을 진두지휘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2선 후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정치 일정을 밝히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박대통령이 권력을 단계적으로 이양하고 조기에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 하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트럼프와 새로운 한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제와 안보를 위한 가장 실효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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