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매매 여성 40만명 중

정부 등록 여성 44명 ‘0.01%’

매일 남성 120만명 성매수

성매매 여성 ‘사업자’ 됐지만

비용·서비스 업소룰 따라야

 

뮌헨의 한 성매매 업소. 업소 내 약 35개의 방이 있다. ⓒ조안창혜
뮌헨의 한 성매매 업소. 업소 내 약 35개의 방이 있다. ⓒ조안창혜

2016년 7월 4일부터 이틀간 독일 뮌헨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 곳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과 반성매매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을 만났고, 성매매 지역의 업소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방문 목적은 단 하나였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에서 성매매 여성의 권리는 정말로 지켜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독일은 2002년 새로운 성매매법을 시행하면서 성매매 합법화 국가가 되었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향상, ‘근무조건’ 개선, 그리고 낙인 방지에 초점을 맞추어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성판매자가 ‘노동자’로서 업주와 고용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성판매자와 업소 간의 관계를 고용관계로 정의함으로써 성판매자를 사회보장체제로 흡수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최소 4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성매매 여성 중 사회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을 등록한 경우는 44명에 불과했다. 0.01%의 등록률이라니, 성매매 여성의 인권 및 처우개선을 목표로 삼았던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합법화 이후 독일의 성매매 산업에는 또 다른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곳곳에 초대형 업소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 산업 역시 연 145억유로(한화 약 19조원) 규모로 급증했다(유럽의회 2014년 보고서). 그리고 매일 120만명의 남성이 독일 내에서 성매수를 할 정도로 성매매가 일상화·정상화(normalized)되었다. 성매매 여성의 생계와 직결되는 성매매 비용은 오히려 떨어졌다. 독일의 성매매 규모는 인구 규모에 대비했을 때 유럽에서 가장 크다. 성매매 산업이 거대하기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심지어 태국보다도 큰 규모이다.

 

아파트형 성매매 업소. 각 층마다 여성의 테마(국적, 인종, 스타일 등)를 달리 한다. ⓒ조안창혜
아파트형 성매매 업소. 각 층마다 여성의 테마(국적, 인종, 스타일 등)를 달리 한다. ⓒ조안창혜

‘방세’ 위해 매일 6명과 성매매

성매매 여성의 상황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성매매 여성 대부분은 피고용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을 갖게 되었고, 업소는 성매매 여성에 방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매일 ‘방세’를 받는 영업방식을 도입했다. 성매수자가 성매매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여성 역시 업소에 ‘방세’를 내는 ‘이용객’이 되는 것이다. 내가 방문했던 업소들의 방세는 일 185~240유로(한화 약 24~30만원)였다. 성매매 비용으로 성매수자가 보통 50~60유로(한화 약 6만~7만5000원) 정도를 낸다고 하니, 여성들은 방세를 충당하기 위해서만 하루에 적게는 네 명, 많게는 여섯 명의 성매수자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음식과 옷을 구매하고 기타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성매수자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방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상당수의 성매매 여성은 업소 외부에 자신이 생활할 방을 따로 마련하지도 못한 채 (안락한 생활을 위한 환경일리 만무한) 업소 내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24시간 내내 업소의 방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꽤 많기 때문에, 방문을 잠가 두면 퇴근, 방문을 열어두면 영업 중이라는 의미로 통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 누가 방 하나를 지키기 위해 매일 여섯 명의 성매수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괜찮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방문했던 성매매 업소의 관리자들은 또한 여성들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다시 말해 성매매 여성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성매매 비용 및 제공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여성과 성매수자가 직접 협상해서 결정하고, 업소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활동가들은 업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은 핸드폰 사용을 하지 못하거나 항상 나체로 지내야 하는 등 업소에서 정해둔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성매매 비용 역시 업소 측에서 ‘제안가격’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정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원하는 성매수자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성매매의 일상화와 정상화였다. 성매매가 당연한 것이 되면서 성매매 수요는 폭증했고, 이 수요를 충당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업소의 숫자 역시 급증했다. 이는 경쟁의 심화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성매매 비용은 ‘일상적 서비스’에 대한 비용의 일종으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낮아졌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성매매 여성이 벌게 되는 돈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은 더욱 가학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대신 가격을 조금 더 높여서 받아야 한다. 같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성매수자를 받고 더 위험한 행위를 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성노동자’의 근무조건을 개선시키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여성을 전시하고 있는 아파트형 업소의 층별 출입구. ⓒ조안창혜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여성을 전시하고 있는 아파트형 업소의 층별 출입구. ⓒ조안창혜

성매매 여성 80~90%는 이주여성

성매매 산업과 관련해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성매매 여성 중 이주여성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독일의 활동가들은 합법화 이전에 성매매 여성 중 약 40%가 이주여성이라고 추산되었던 반면 현재는 80~90% 이상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내가 성매매 업소에서 만난 여성들 중 독일어를 모국어로 구사한 여성은 단 두 명뿐이었다. 여성들은 동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주하여 성매매로 유입되고,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 역시 빈번히 일어난다고 활동가들은 설명한다. 포주는 빚을 이유로 ‘시키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복종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기도 하고, 여성이 탈성매매를 원할 때에는 ‘도망가면 본국에 (혹은 가족들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려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을 없애겠다는 합법화 취지와는 반대로, 포주들은 계속해서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막기 위해 낙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된 이주여성들은 또한 수 주 간격으로 지역과 업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관습’은 계속해서 새로운 여성을 원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한 지역에서 14일 이상 체류하면 거주관련 정보를 지방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주여성들은 계속해서 지역과 업소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삶의 기반을 다질 기회를 박탈당하고, 한 지역에서 정서적·사회적 유대를 맺을 기회에서도 배제된다.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삶 자체를 성매매 업소에 저당 잡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도 전혀 구할 수 없고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겪는 이주여성들이 성매매 과정에서 위험하고 부당한 상황에 처한다 한들 어떻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겠는가.

성매매 여성의 개인사업자화, 위험한 성매매 환경 그리고 음성화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정부는 최근 성매매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콘돔 없이 하는 성매매 금지, 업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위생·안전·건강 관련 기준 설정, 업소 등록 시 범죄조직이나 인신매매와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 그리고 성매매 여성의 지방당국 신고 및 건강검진 의무화가 포함된다. 이러한 법 개정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처우 개선과 성매매의 안전성 강화라는 합법화의 목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합법화 원칙이 유지되는 한 성매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환원하고 금전을 지불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성적 접근에 대한 권리가 생긴다고 믿는 거대한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성매매 업소 내에 있는 테이블 댄스장. ⓒ조안창혜
한 성매매 업소 내에 있는 테이블 댄스장. ⓒ조안창혜

“착한 성매수 해달라” 호소밖에

성매매 수요 억제가 성매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 및 인권침해를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주장한다. 하지만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는 이상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매매가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성매수자에게 ‘성매수를 착하게’ 해 달라는 호소뿐이다. 실제로 독일을 비롯하여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국가에서는 ‘윤리적인 성매수자’ 캠페인을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였다. 성매수를 하되, 인신매매 피해자를 발견하거나 폭력 및 기타 인권침해 상황을 목격하면 해당 여성으로부터 성매수를 하지 말고/혹은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예상가능하다시피 이 캠페인들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관계 중 여성에 폭력을 가하는 행위 자체가 성적 판타지로 소비되는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상황에 관심을 갖는 성매수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독일에서 목격한 현실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 증진이라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의 인권을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는 성매매 여성 앞에서 완전히 방기되었다. 게다가 성매매를 통해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을 착취하는 체계가 정상화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충격을 받고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상황에 대한 독일 여론이 어떤지 묻는 나의 질문에 한 활동가는 “어차피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인데, 성매매가 있어서 잘 수 있는 방도 구하고 음식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심각하게 착취당하든 간에 몸을 뉘일 방과 음식만 있으면 된다는 것인가. 19세기에 폐지된 노예제 이후 우리의 인식은 몇 발짝이나 나아갔는가. 왜 우리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거처와 음식을 위해 성적으로 착취당하도록 두는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가. 취약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은 왜 언제나 ‘현실’을 이유로 가로막히는가.

권리는 언제나 협상의 영역에 있다. 인권은 절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성매매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여성이 인간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부정이 가장 쉽게 정상화되는 영역이 성매매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인정하여 합법적 경제로,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내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매우 진보적으로 느껴지지만, 이는 오히려 성매매를 통한 여성 착취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독일의 성매매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 기고글은 필자가 독일 뮌헨에서 진행한 단체 인터뷰 및 성매매 업소 현장 방문, 그리고 독일의 성매매 실태에 대한 각종 기사와 연구물을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지면 관계상 모든 인용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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