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실패,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생산”

언론이 여혐 확산에 앞장… 프라다 구두 신은 최순실?

“민주주의는 여혐과 함께 갈 수 없어” 거센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국민의 분노가 거센 가운데 이를 이용한 여성혐오가 판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불통과 비리의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연단에서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분노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매일같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관련 보도를 내놓는 언론이 여혐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뉴스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최순실씨가 프라다 구두를 신고 토즈 가방을 들었다는 자극적인 정보를 보도하고, 어떤 기사는 제목부터 ‘강남 아줌마가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고쳤다니’로 시작할 정도다. 또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기사 댓글들이 ‘이 나라를 망치는 건 계집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와관련,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지, ‘여성’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역시나 박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이 성공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고, 실패하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사회적 평가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나왔던 우려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지, ‘여성’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국과 관련한 회의와 기자회견 등에 참석할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발언에서 여성차별과 혐오발언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하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져 다양한 영역에서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풍자들이 나올 것 같다. 성폭력 사건들이 폭로되고 있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시국 관련 많은 창작물이 만들어질 것 같다. 하지만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표현을 어디서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녹색당도 7일 “‘비선 실세’로 지칭되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언론 양상은 이전의 정치 스캔들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며 “박 ‘대통령’을 ‘계집’으로, 최순실이라는 ‘개인’을 ‘강남 아줌마’로 치환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뿌리 깊은 여성혐오만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이날 ‘언론이 여혐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뉴스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최순실씨가 프라다 구두를 신고 토즈 가방을 들었다는’는 제목의 논평에서 “가부장적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여성은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때문에 남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남성’이 아닌 ‘정치인’으로 비치는데 반해 여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정치인’이 아닌 ‘여성’의 문제로 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0월 3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0월 3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에도 계속해서 나오는 여성혐오 프레임의 보도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얼마나 사소한 일로 여겨지는 지를, 또 여성혐오 콘텐츠가 가십거리로서 얼마나 잘 팔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이용한 여성혐오를 규탄한다. 분노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지 말라.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최씨를 규탄하는 이유는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 하야 요구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일뿐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 비남성으로 위치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혐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혐오를 무기로 현 정권을 규탄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권이 보인 폭력과 억압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며 “분노는 다른 곳을 향해야 한다. 각종 의혹을 덮기에 급급했던 검찰과 정치인, 진실에는 눈 감았던 수구 언론, 정권에는 뇌물을 바치고 노동자는 외면했던 재벌, 박근혜 정권의 독단적 국가 운영에 동조하고 비선 실세의 존재를 묵인했던 그들이야말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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