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대체로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순 있지만 국민들의 참여로 결국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가득했다.

5일 오후 4시 전후 모여든 10만 시민은 밤이 늦도록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덕수궁 앞까지 도로를 메운 채 주최 측이 선창하는 구호를 따라 청와대를 향해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의 짧은 외침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시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송하영(22·한신대학교 학생)씨는 “우리가 광화문에 나와서 시위해도 하야 안할 수도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 건강한 국민으로서 당연히 나왔다”고 말했다.

송씨는 “특히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은 너무나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이었다. 모든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5%로 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재집권하기 위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40대 여성 (경기도 과천시) - 다른 분들과 심정이 다르지 않다. 더 이상은 두고볼 수만 없는 상황이고, 이렇게 많이 모였을 때 저 하나라도 더 참가하면 힘이 더 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오게 됐다. 이렇게라도 모여야 정치권이든 박대통령이든 바른 길로 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0대 여성 (서울 성북구) - 대통령이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오늘의 집회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 청와대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가. 나와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퇴진할 수 밖에 없도록 매주 토요일마다 나올 생각이다.

김민기 (남성·67세·경기도 용인시) -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으니까 참가했다. 이렇게 모이는 게 전조가 되고 조짐이 되는 거다. 큰 댐이 무너질 때 갑자기 와장창 무너지는 게 아니라 조그만 틈새로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작되는 거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다보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미 지금 이렇게 눈앞에 일어났다고 본다. 시위를 했기 때문에 두 번이나 사과했다. 이제 세 번째 사과하고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민심은 천심이기 때문이다.

38세 여성 (서울 은평구) -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남편, 아기, 시어머니 등 온가족이 같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절대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지도자다.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밤 9시 30분 이후 자유발언대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의 발언도 정리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 박근혜가 어제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대국민담화를 했다. 내 생애 가장 아까운 9분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 든다”는 말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가 이 지경인 줄 알고 뽑았겠나”. 사퇴는커녕 이선후퇴도 못하겠다고 했다. 사사로운 인연 끊겠다고 했다. 사사로운 인연 관심 없다. 국가와 인연을 끊어라. 최순실 재단에 돈을 바친 기업들도 똑같다. 삼성은 정유라에게 10억 짜리 말을 사줬지만 백혈병 노동자는 삼성에 산재 인정을 못 받았다. 백남기 농민에게 발부한 부검영장을 박근혜 정권에 던져야 한다. 이대 학생들이 비리 총장을 끌어내린 것처럼 우리도 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겠죠?

60대 여성 (서울 송파구) - 노인네들 깨우치고 정신 차리라고 이 자리에 나왔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세운 노인들이 지금도 박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노인정 사람들에게 말해도 귀를 막고 있다. 찍었어도 잘못했다면 잘못하는걸 알아야 한다. 너무 화가 나서 병이 나서 쓰러질 지경이다. 집회에 초등학생, 중학생이 나온 거보고 눈물이 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만든 건데 왜 젊은 사람들이 나왔나. 말이 안 된다. 죄송하다.

허웅 (남성·28·게임회사 근무) - 올해 건국 71년 됐다. 그런 대한민국을 하나의 일가가 자기 것처럼 좌지우지해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것도 아닌 대한민국을 그들에게 팔아넘겼다. 매국노다. 매국노의 손에서 대한민국을 시민의 손으로 쟁취하자.

금속노조 자동차노조 노동자 - 박 대통령을 청와대가 아닌 최순실 옆으로 보내려면 어떡해야 하나. 검찰, 국회의원 다 믿지 못한다. 이들이 적당히 타협해 거국내각해서 뒷선으로 물러서고 그들이 추진한 정책을 다시 밀어붙일 것이다. 우리가 마음과 우주의 기운을 같이 모아서 박 대통령을 청와대가 아니라 최순실 옆으로 보내야 한다. 2008년 광화문에는 50만명이 모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지 못했다. 억울하지 않나.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자.

이문석 (남성·대학생·서울 거주) -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지금은 민주정도, 공화정도 아니고 심지어 나라도 아니다.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다. 민주적인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의 아버지는 독재자다. 유신헌법을 만들어 이 나라를 독재국가로 만들었다. 우리가 광장에 모여 민주정을 되찾았다. 다시 박 대통령을 끌어내려 새로운 민주주의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3 남학생 (천안 쌍용고) - 역사과목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주변에서 저에게 고3이 공부 안하고 집회 가느냐고 나무란다. 나중에 교사가 돼서 학생들이 2016년에 뭐했느냐고 물으면 머라고 대답해야 할까. 시험공부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20대 여성 - 박근혜 정부의 실체는 무엇인가. 민낯을 봤다. 검찰은 눈치 보지 말고 진상규명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 어디 있었나. 최순실이 청와대는 왜 들어가고 침대는 왜 들어갔나. 대한민국이 박근혜 것인가 최순실 것인가. 최순실의 말은 들으면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국민과 담을 쌓지 않고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대통령을 차기에 뽑자.

고3 남학생 -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고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싶어서 나왔다. 인터넷에 보니 우리나라를 고조선에 비유하는 사람들 있더라. 고조선 때는 곰이 사람으로 변했는데. 대한민국은 사람을 개돼지로 만들었다. 민주주의는 피로 만든 역사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많은 피를 봤다.

중3 남학생 -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 들었다. 좋은 세상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세상이 아니라 어른들이 더 무섭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박 대통령에게 박수쳐주지 않는다. 도망치시라. 당신에게는 떠난다보다 도망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저에게 학생다운걸 논하는데, 먼저 어른다운 게 뭔지 알고 계시길 바란다. 저희가 노력하는 만큼 빨리 하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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