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최순실 게이트’ 직전 저출산·고령화 대책 결의안 채택... “그나마 다행”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 필요

컨트롤타워 신설, 아동수당 도입, 다자녀 우대카드 도입, 포용적 가족정책 수립해야   

 

2일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2일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한국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경제, 교육, 국방 등 모든 분야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10년간 투입된 예산만 약 110조원에 이른다. 결과는 참담하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5세)가 급격히 감소해 2050년에는 2535만명으로 1000만명 이상 줄어든다. 일본보다 두 배 빠른 속도다. 이 충격은 한국 사회 전반을 쓰나미 같이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예산 198조원이 신규 투입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백화점식 옥상옥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나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일본의 가토 가쓰노부 1억총활약상을 만나 공동 저출산 대책 컨퍼런스를 열자고 제안했다. 장관급인 1억총활약상은 아베 신조 내각이 지난해 9월 신설한 저출산 고령화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24일 특위는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전담하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구를 신설해야한다고 결의했다. 그날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날이기도 하다.   

2일 나 위원장을 의원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사전 예고 없이 발표한 개각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장으로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였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최순실 게이트, 개각에 대한 입장을 먼저 물었다.

“이번 개각은 국회 의견을 듣지 않고 이뤄져 유감이다. 사건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고 개각으로 해결되긴 어렵다. 최순실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건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나 위원장은 새누리당에서 비주류 중진 의원인 ‘비박’으로 분류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당내에서도 이번 사태로 ‘친박’과 ‘비박’ 간의 의견 충돌이 일고 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카드를 말해 달라고 했다. “먼저 컨트롤타워 신설이다.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컨트롤타워라고 하지만, 관계부처(청)만 20개에 달하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부처 내 담당과에 전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는 꼭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신설 결의안은 3일 본회의 상정될 예정이다. 나 위원장은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나오기 전 결의안이 채택된 상황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다.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아동수당과 다자녀 우대카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동수당 도입을 위해 현실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여야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예산 등의 문제로 각 지자체로 넘어간 지원사업들을 과감히 국가가 가져와 일괄 관리 및 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 위원장은 포용적 가족문화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시민연대협약(Pacte Civil de la Solidarité : PACS)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PACS는 1999년부터 시행된 협약이다. 이 제도는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계약결혼의 한 방식으로 기존의 가족관계 외에 자유계약 형태의 동거를 새로운 가족형태로 수용한다. 결혼제도의 틀에 편입되기를 주저하는 젊은층에게 자유로운 커플결합의 형식으로 등장했다.

사회가 저출산 문제 책임을 여성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부분도 있다. “맞다. 가부장적인 사회이기에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남성의 육아와 가사 참여 비율이 늘어야 한다. 아이슬란드도 가부장적인 사회였지만, 정책적으로 구조를 바꾸어 나가니, 출산율이 높아졌다. 저출산 해법 성평등한 국가에 있다고 본다.”   

나 위원장은 고령화 대책으로는 60세 이상 평생교육 의무화 등을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한 모습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일개 정책 사안이 아니다. 미래 대한민국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정책의 형식적 조합으로는 국가의 비상적 위기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이땅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가 18세까지 성장하는 것을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는 출산, 보육, 교육 정책은 물론 일자리, 주거정책에 이어 다양한 가정형태의 수용을 통해 우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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