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여성 극작가·여성 연출가

다채로운 연극무대와 낭독공연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이 열린다. 올해 여성극작가전에선 나혜석, 최명희 등 5명의 여성작가의 작품이 여성연출가의 손을 거쳐 무대공연으로 재탄생된다. ⓒ여성신문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이 열린다. 올해 여성극작가전에선 나혜석, 최명희 등 5명의 여성작가의 작품이 여성연출가의 손을 거쳐 무대공연으로 재탄생된다. ⓒ여성신문

한국여성연극협회(회장 류근혜)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이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전옥주 작가, 강영걸 연출가의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막을 연다.

올해는 최명희 작가의 ‘허난설헌’과 이지훈 작가의 ‘조카스타’가 낭독공연(11~13일)으로 재해석된다. 이어 최은옥 작가의 ‘진통제와 저울’(16~20일), 김혜순 작가의 ‘눈물 짜는 가족’(23~27일), 나혜석 작가의 ‘경희’·‘원한’·‘현숙’(11월 30일~12월 4일) 등은 연극공연으로 재탄생한다. 5개의 작품은 각각 다른 여성 연출가의 손을 거쳐 무대화된다.

낭독공연 ‘허난설헌’에선 시를 사랑했던 난설헌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유교사회가 규정한 문제아였던 허난설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질타 받고 핍박받아야 했던 그녀의 꿈 이야기가 마련된다. 최명희 작가는 “허난설헌의 시는 수백 년 전에 지어졌지만 굉장히 현대적이고 아름답다”며 원석과도 같은 그녀의 작품을 보석으로 가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지훈 작가의 ‘조카스타’는 신들의 저주에서 시작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려 했지만 운명에 갇혀 몰락하는 인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여인 조카스타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대공연으로 펼쳐지는 ‘진통제와 저울’은 글쓰기란 나에게 무엇이고, 왜 하는가에 대한 직문으로 시작된다. 한 권의 소설이 출판되기까지 소설을 매개로 만나는 세 인물(출판인, 작가, 비평가)의 사랑을 그렸다. 극중 인물 이정희와 박영준은 사랑의 그물에 걸린 곤충들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움에 서로를 상처 내며, 송곳으로 파헤치는 사랑을 그려낸다.

김혜순 작가의 ‘눈물 짜는 가족’은 손맛 가득한 집 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그리움과 눈물의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한 가족이 고양이 마을에 초대돼 수상한 할머니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미션을 해결하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줄거리로, 판타지 요소 가득한 작품이다.

마지막은 나혜석 작품의 ‘경희·원한·현숙’으로 장식된다. 나혜석의 주요 단편소설 3개를 묶어 각색했다. ‘경희’는 그 문학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당시 대표 단편소설로 소개된 작품이다.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해 나가고자 하는 여학생 경희의 좌절과 고통, 의지를 그려낸다.

‘원한’은 격동적인 운명 변화에 아무런 대처 능력이 없는 이소저라는 여인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삶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현숙’은 나혜석 작품 중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다. 카페 여급이자 모델인 신여성 현숙이 경제적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규정된 관습적 젠더를 거부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1988년 박현숙 극작가의 제1회 세계여성극작가대회(IWPC) 참가를 계기로 1994년 5월 출발했다. 협회는 세계여성극작가대회 참가와 올빛상 제정 및 시상을 통해 여성 연극인들의 활동을 북돋우고 세계 여성 연극인들과 교류해왔다. 2013년에는 20주년을 기념해 1세대 극작가들과 1.5세대 연출가들의 만남을 부제로 제1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을 개최했다.

한국여성극작가전은 여성극작가들의 희곡이 무대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마다 다양한 신작을 소개해 여성연극인들의 창작활동 장려에 앞장서고 있다. 시대와 장르에 구분 없이 과거에 인정받지 못했던 희곡들을 재조명한다. 올해에도 고전과 근·현대, 동·서양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정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여성극작가전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함께 가자’는 부제처럼 조화로운 공연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며 한국 연극계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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