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 제작사, 

일러스트 작가 ‘메갈리안’ 지적에 이미지 교체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 메인 포스터. ⓒ넥스트플로어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 메인 포스터. ⓒ넥스트플로어

이른바 ‘넥슨 성우 부당교체 사건’ 이후, 또 다른 게임 제작사가 게임 일러스트 작가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일러스트를 교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의 제작사 넥스트플로어는 ‘메갈리안 논란’에 휩싸인 송미나(오네) 작가가 그린 캐릭터 이미지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31일 송 작가가 그린 데스티니차일드 캐릭터 ‘4성 이시스’의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송 작가가 과거 SNS에서 페미니즘 지지 발언을 한 일을 두고 “당신도 메갈이냐?”라고 추궁했다. 이들은 넥스트플로어 측에 송 작가가 작업한 캐릭터 삭제를 요구하며 게임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다음날 넥스트플로어는 공식 카페를 통해 “내부 스태프들과 운영진 모두 모여 논의한 결과 어떠한 형태로든 논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는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일러스트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제2의 넥슨 사태” “부당한 억압”이라는 등 반발이 일었다. 해당 게임 캐릭터 원화가 ‘루키아나’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사태가 “지난 넥슨 성우교체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도 메갈이니 내가 작업한 아이콘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와 소스들을 데스티니차일드에 사용하지 말든지, 앞으로 페미니즘·메갈 지지 발언과 관련된 작가들의 작업물을 복구해달라,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박탈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2일 “추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이미지가 확인됐다”며 루키아나 작가의 일러스트도 전량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성우 김자연씨가 지난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씨 트위터 캡처
성우 김자연씨가 지난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씨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 7월 넥슨사의 게임 클로저스에 참여한 성우 김자연 씨가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에서 판매한 티셔츠를 구매해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자,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넥슨 측에 항의해 해당 성우가 교체된 바 있다. 당시 게임개발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성우의 페미니즘 지지 활동이 반대의 목소리를 부르는 것은 한국 게임 소비 시장의 미소지니(여성혐오·misogyny)적 특성”이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시되는 게임들이 올바름에 대해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건 이후 넥슨 사옥 앞에서 시위가 열리는 등 많은 반발이 일었음에도, 게임 업계에서 비슷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해 파문이 일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송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 좁은 시장에서 페미니즘을 말했다가 논란에 빠지는 순간 작업하는 프로젝트에서 잘릴 수도 있고, 게임 내의 작업물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