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연극적 개념소비

취향 공동체 등 제시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전미영(사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10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여성소비자가 뽑은 좋은기업대상’ 시상식에서 최근 소비시장을 이끄는 5대 트렌드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이날 ‘대한민국 최신 소비트렌드와 그 시사점’ 주제로 한 강연에서 5대 소비트렌드로 △가성비 △있어빌리티 △원초적 본능 △연극적 개념소비 △취향 공동체를 제시했다.

1. 가성비

먼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비 트렌드로 꼽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그동안 정설로 굳게 믿었던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전 교수는 “소비자들이 완전정보에 가까운 정보를 쥐면서 더이상 브랜드를 따지지 않게 됐다”면서 “필요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가성비 소비가 확산되면서 소비자가 무조건 싼 제품만 고집할 것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소비자가 치룬 값보다 훨씬 좋은 성능이나 경험을 제공한다면 프리미엄 제품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의 한 비즈니스 호텔은 객실에 어메니티와 룸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프런트에서 고객이 원하는 베게를 선택하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성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 있어빌리티

‘있어빌리티’는 소셜네트워크(SNS)가 일상화되면서 더욱 확산되는 소비 트렌드다. 이 말은 ‘있어 보인다’는 말과 ‘어빌리티(ability·능력)’가 합성된 신조어다. 전 교수는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있어빌리티’ 트렌드가 한국 소비시장 판도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SNS를 통한 ‘인터넷 집들이’가 유행이 되면서 리빙 시장이 커지고 있다. 셀카보다 집 인테리어, 소품, 가전제품을 배경으로 한 사진에 더 많은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3. 원초적 본능 

‘원초적 본능’은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원초성을 건드리는 마케팅을 일컫는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영화들의 공통점은 잔인하다는 것이다. 솔직한 직설 화법을 뜻하는 ‘사이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도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최근 출시된 김치찌개맛 감자칩과 짜장면맛 감자칩은 극단적이지만 재미와 통쾌함을 주는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탔다.

4. 연극적 개념소비

개념 있는 소비, 착한 소비이면서 역설적으로 과시가 된 소비란 의미의 ‘연극적 개념소비’도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다. 5년 전만 해도 명품 브랜드 가방을 메던 학생들이 에코백을 사모으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이면서 패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모두 반영된 소비 행태다. 전 교수는 “기업은 소비자의 이기적인 목적과 착한 목적을 결합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 취향 공동체

마지막 키워드는 ‘취향 공동체’다. 가수 보아와 배우 유해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성별부터 나이, 직업까지 겹치는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이다. 낯가림 심한 사람들끼리 모여 모임을 만들어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과거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성별, 나이, 직업 등 인구통계로 타겟 고객을 설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취향 중심으로 타켓 고객을 설정하는 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레고는 어린이를 타겟 고객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레고를 구입하는 연령은 30~40대 키덜트가 더 많다. 이때문에 레고 플래그십이 생기는 등 취향 중심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전 교수는 “과거에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뛰어나야 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기업이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 소비자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읽어내는 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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