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폐쇄적 리더십이 ‘괴물’ 최순실 키웠다
박근혜 폐쇄적 리더십이 ‘괴물’ 최순실 키웠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10.27 09:53
  • 수정 2016-10-27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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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밤의 대통령?

1분40초짜리 ‘거짓 사과’로

진실을 덮을 순 없다

 

‘불통’ ‘은둔’ 리더십 문제

비선 조직 일상화된 듯

거국 중립 내각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고 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21세기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정권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경천동지할 국정 개입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최순실이 쓰던 태블릿PC를 확보해 분석한 JTBC는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 200여개의 파일을 확인했다. 최씨가 각종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인사 내용 등을 사전에 받아보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2014년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행한 선언문이나 남북군사 접촉 등 중요한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됐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씨가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고 기가 찰 노릇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JTBC 보도 다음날 1분40초짜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최씨로부터 “일정기간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짧은 사과문은 파문을 수습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정직하지 못했다.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면 “진정성 없는 거짓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후속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연설문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의전 활동에도 깊이 개입했고, 독도 문제와 같은 극비 외교 문서도 받아 보았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다. 그것도 허위로 드러났다.

JTBC 분석에 따르면. 최씨의 PC에는 2014년 3월 27일 저장된 파일까지 남아 있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1년 여 이상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까지 청와대 부속 비서관이 매일 밤 최씨에게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직접 들고 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근혜=낮의 대통령, 최순실=밤의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이 파문 수습에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사과를 하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후속 조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감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이함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까. 일부에서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제도보다는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 스타일이 더 큰 문제였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통과 은둔이다. 대통령이 장관들의 대면 보고를 멀리하고 심지어 자신의 비서실장과의 면담도 꺼리는 폐쇄적 리더십이 최순실이라는 괴물을 만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청와대에서 나와 1997년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18년간 모든 사람들과의 접촉을 끊고 은둔 생활을 했다.

이렇게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최순실은 박 대통령을 지극정성으로 보필했고 어느 순간 피보다 진한 물이 됐다. 박 대통령은 오랜 기간 동안 은둔의 정치를 하면서 공조직보다는 비선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 같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런 시대착오적 리더십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모든 비극의 근본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예고된 참사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해야 한다는 험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강성 친박 인물들로 구성된 새누리당에서조차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위기를 극복해야 할 박 대통령이 취해야 할 조치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특단의 정치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중에는 새누리당 탈당도 포함될 수 있다. 야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 내각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더불어 국정농단을 예방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순실시대’가 몰고 온 상실감과 분노 속에서 비운의 작가 전혜린이 쓴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책 제목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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