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릴리안 싱·줄리 탕 위안부정의연대 공동의장

수십년 판사 생활 접고

위안부 운동 뛰어든 여성들

SF에 기림비 건립 주도

“위안부 문제 해결될 때 판사로 돌아가야죠”

 

(왼쪽부터)릴리안 싱, 줄리 탕 위안부정의연대 공동의장 ⓒ이정실 사진기자
(왼쪽부터)릴리안 싱, 줄리 탕 위안부정의연대 공동의장 ⓒ이정실 사진기자

북가주 최초의 아시안계 여성 판사이자, 캘리포니아주 첫 중국계 여성 판사인 릴리안 싱씨는 지난해 9월 16일 판사직을 내려놨다. 정년퇴임을 한참이나 남겨놓은 이른 은퇴였다. 32년간 판사로 일한 싱씨가 은퇴한 날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하기 위해 시청사에서 공청회가 열리기 바로 전날이었다.

싱씨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그동안 법정에서 정의와 진실을 찾았다면 이제는 세계를 위해 정의와 친실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결정에는 오랜 지기이자 같은 판사 출신인 줄리 탕씨의 적극적인 권유도 큰 영향을 미쳤다. 탕씨는 싱씨보다 1년 앞서 조기 은퇴했다. 그 역시 위안부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탕씨는 “26년간 판사로 일했고 은퇴 후에도 임시 판사로 일하면서 노후를 준비했다”며 “하지만 위안부 운동을 하려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해야 할 때가 있어 판사직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omfort Women Justice Coaliton·CWJC)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이슈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데 앞장서는 CWJC는 중국계와 한국계뿐 아니라 일본계, 필리핀계, 유대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됐으며 20여개의 단체가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개의 단체가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안부 기림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기림비 모금 운동에 착수해 현재까지 40만달러를 모금했다. 위안부 기림비는 오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인 스퀘어 파크에 세워질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중·고등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위안부 역사를 포함시키는데도 주요 역할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중·고등 공립학교는 9월부터 학생들에게 위안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탕 의장은 “빨리 위안부 운동을 끝내고 판사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고령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죽고 이 문제가 잊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지원이나 인식이 한국에 비해 좋지 않다”며 “무엇보다 위안부 이슈를 전 세계에 알리며 전쟁범죄로 인식하도록 길을 개척한 할머니들이 정의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이 빠져나가려고만 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범죄 저질러도 책임지지 않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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