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이어 미술계까지 유명인사 성폭력 공론화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폭력 논란

공식 사과하고 모든 직위·프로젝트서 물러나기로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이 에버노트에 올린 사과문 ⓒ에버노트 캡쳐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이 에버노트에 올린 사과문 ⓒ에버노트 캡쳐

최근 문단에서 박범신, 박진성 등 유명작가의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된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계 전반을 비롯해 일상의 성폭력과 일그러진 성문화를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특히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한다”면서 “불쾌함이나 압박을 느끼셨을 작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여러 지면을 통해 평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자세로 일해왔으나, 실상 그렇지 못한 삶을 꾸려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며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정리한 후 그만두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1일 자신을 21세 예술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차 안에서 그분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해서 저의 손을 잡고 다리 어깨등을 만졌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크롭탑을 입은 저에게 ‘나 보라고 입고 온거냐’라고 했다” “트위터에 ‘누구 만나고 있다고 하기만 하면 잤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 너무 싫다’라고 올리자 몇분뒤 메세지로 ‘잤어?’라는 문자가 왔다” 등 함씨의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A씨의 고발 이후 SNS에는 함씨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과 고발이 잇따라 나왔다.

현재 SNS에서는 ‘#문단_내_성폭력’과 ‘#문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에 이어 ‘#미술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통해 그동안 숨겨져 온 성희롱, 성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폭로, 고발되고 있다.

다음은 함씨가 에버노트에 올린 사과문 전문이다.

 

(*피해자 Soma_Kim과 그외의 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홍익대 재학시절의 일에 관해서는 정리해서 따로 올리겠습니다.)

 

함영준입니다. 현재 논란 중인 일에 입장을 밝히고 사과드립니다.

우선,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특히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합니다. 불쾌함이나 압박을 느끼셨을 작가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합니다. 이 부분은 마땅히 단죄되어야 할 질 나쁜 행동이었음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지면을 통해 평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자세로 일해왔으나, 실상 그렇지 못한 삶을 꾸려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이 부분에 있어 위선적이었음을 인정합니다. 특히 사생활에 관해 깊은 수치와 후회를 느끼고 있고, 저의 파렴치한 행동에 상처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도덕적으로 거스를 일 없이 항상 조심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습니다. 현재 저와 진행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정리한 후 그만두겠습니다. 이후 자숙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반성하겠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많은 조직과 행사 역시 저의 경솔하고 파렴치한 행동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저는 저의 사생활은 물론 외부인을 만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공유한 적이 없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화살은 오로지 제게 돌려져야 할 것이며, 그 과정 및 모든 책임을 역시 무겁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고민하고 반성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명백한 피해자인 Soma_Kim께 가장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죄송함을 간직하고, 어떤 변명도 없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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