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육아 책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사회 구조 문제

1인가구여성 위한 복지제도 성폭력 예방에만 치우쳐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1인가구여성, 이기적 선택은 있는가’ 토론회를 열었다. ⓒ변지은 기자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1인가구여성, 이기적 선택은 있는가’ 토론회를 열었다. ⓒ변지은 기자

“비혼 남성은 ‘삼포세대’라는 사회적 문제로 ‘아직 결혼을 못 한 사람’으로 바라보지만, 비혼 여성에게는 이기적 선택을 했다며 ‘저출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들이댑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10월 20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1인가구여성, 이기적 선택은 있는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민우회가 최근 진행한 1인가구여성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1인가구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실제 혼자 사는 여성의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실제로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김나현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민우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민우회는 올해 5~9월 141명의 1인가구여성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응답자는 주로 20~30대(응답자 중 83.59%), 비혼(94.33%) 여성이었다. 조사 결과 최근 1인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로 ‘결혼관과 가족관의 변화’를 꼽은 비율이 46.37%로 가장 많았다. 답변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들은 결혼과 가족제도 내에서의 성 불평등, 여성에게 전담되는 가사노동, 독박육아 등의 이유로 비혼을 결심했다. 주체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미혼이 아닌 비혼이라 부른다.

 

김 활동가는 “결혼생활을 남편의 ‘뒤치다꺼리’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며 “아무리 노동시장에 뛰어들어도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만의 몫이 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에게 무작정 이기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사회 분위기는 문제”라며 “가사노동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사회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저출산 문제 해결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부문에서는 1인가구여성을 위한 복지제도가 성폭력 예방에만 치우쳐 있고, 이마저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인가구를 위한 복지제도 중 어떤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는 것 없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1.56%로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일부 응답자들이 알고 있다고 답한 복지제도는 ‘안심택배’(5.67%), ‘안심귀가서비스’(4.26%), ‘홈 방범 서비스’(3.55%) 등 성폭력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제 1인가구여성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들은 △전·월세 상한제, △1인가구 임대주택 확대, △적정 주거기준 마련 등 주거 관련 정책이었다. 김 활동가는 “대부분 응답자가 원룸, 반지하 같은 열악한 주거 형태를 문제로 꼽았다”며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 마련과 함께 적정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1인가구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때 임시적인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CCTV·안심택배함 설치 등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따지고 보면 이러한 조치는 1인가구여성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치안을 중심으로 한 안전대책인데 이를 1인가구여성을 위한 대책이라고 하면 그들의 취약성만 강조하는 꼴”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적 토론을 거친 뒤 장기적인 안목으로 1인가구여성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도 “현재 혼자 사는 여성들이 임시로 1인가구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평생 1인가구로 산다는 가정에 따라 세대별 주거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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