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한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한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에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최경희 총장이 사퇴를 표명한 직후 이화여대 교수들이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 학생들이 부른 합창이었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교수비대위)는 이날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인다고 사전 예고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 퇴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개교 이래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 총장의 갑작스런 사임 표명 후 시위에 참석한 교수들은 “학생들의 싸움이 승리했다”며 “미래라이프대학 문제는 교수들이 먼저 나서서 해결할 일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학생들에게 사과한다. 앞으로 우리 선생들이 대신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추진을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84일째 되는 날이다.

교수비대위는 미래라이프대학에서 촉발돼 청와대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성적 특혜 의혹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은 재단의 비민주적 지배구조”라며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이화 지배구조의 개선과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교수비대위는 정씨의 특혜 의혹에 대해 최 총장과의 연관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씨의 입학에 특혜가 있었고 정씨를 위해 학칙을 개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또 여기에 최 총장이 연관됐다면 이는 이화 정신에 어긋나는 정도가 아니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적 행위”라며 “학사행정이 총장을 포함한 몇몇 보직자들에 의해 무참하게 농단 되는 것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혜숙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전국적인 관심이 정씨에게 몰리고 있는데 학교가 전반적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후 법적 판단과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돈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의 안전”이라며 “그동안 이화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워온 학생들이 농성을 마치고 명예롭게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어떠한 법적 처벌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한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교수들의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한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교수들의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교수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뒤 ‘비리척결 해방이화’ ‘이화정신 꽃피운 학생안위 보장하라’ ‘이화의 미래 위해 지배구조 개선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고 본관을 지키던 학생 약 1500명이 교수들의 뒤를 따랐다.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행진을 마친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학생들의 농성을 지지하고 연대해준 교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일 서울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연 최경희 총장이 사퇴를 표명한 직후 이화여대 교수들이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 학생들이 부른 합창이었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교수비대위)는 이날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인다고 사전 예고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 퇴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개교 이래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19일 서울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연 최경희 총장이 사퇴를 표명한 직후 이화여대 교수들이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 학생들이 부른 합창이었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교수비대위)는 이날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인다고 사전 예고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이 총장 퇴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개교 이래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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