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궁에 간섭마” 서울 도심서 열린 한국판 ‘검은 시위’
“내 자궁에 간섭마” 서울 도심서 열린 한국판 ‘검은 시위’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6.10.15 17:08
  • 수정 2016-10-1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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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복지부 입법예고에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낙태수술 전면 중단” 선언 파문

여성단체, 15일 서울 종로에서 ‘낙태 합법화’ 시위·행진

 

15일 오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
15일 오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

“덮어놓고 낳다 보면 나는 인생 개망해/덮어놓고 낳다 보면 나는 경력단절녀/몸 상하는 것도 비난받는 것도 모두 나/나도 사람이란다/낙태죄를 폐지하라/곧 승리하리라~” 15일 오후, 검은 옷을 입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인 시민들이 합창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 참가자 500여 명은 “우리도 사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내 자궁은 내 것이다 거래를 중단하라”라고 외쳤다. 

페미니스트 그룹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등이 주최한 이날 시위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관련 의사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열렸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과 마스크 등을 착용했다. 최근 폴란드에서 일어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섰으며, 법안 철회를 끌어낸 데 영감을 얻은 행위다.

이날 ‘검은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20대~30대 여성들이었으나, 젊은 남성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My Body My Choice” “여성의 몸에 통제의 마수를 거두라” “나의 자궁은 나의 것” “내 자궁은 공공재가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가 열렸다. ⓒ강남역10번출구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가 열렸다. ⓒ강남역10번출구

이날 자유 발언대에 오른 사회예술가 홍승희 씨는 자신의 낙태 경험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냉대와 고립감을 고백했다. 그는 “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항상 사회적 문제가 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예비신부, 엄마이기 전에 인간일 뿐이다. 자궁은 누가 함부로 간섭할 수 없는 나의 것이지 공공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페미니스트 유예빈 씨는 “낙태 당하지 않은 아이는 사생아가, 혼자 아이를 낳은 여자는 미혼모가 되는데 ‘책임지지 않은 남자’를 부르는 말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자는 자궁이 아니라 인간이다. 이 나라의 모두가 그렇듯이, 여자에겐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윤화 씨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임신과 출산의 기로에서 고민을 하다가 운이 좋아서 ‘합법적인’ 엄마가 된 운 좋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직도 낙태를 두고 죄이니 아니니 하는 시대는 이제 흘러가 버려야 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곧 여성의 권리여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가고 있다는 데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자유발언 이후 피켓을 들고 보신각 일대를 행진하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니랍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임신을 강요받지요/낙태를 한다 하면 살인 말라고 하네/우리에게 임신 거부 결정권을 내놔/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잖아/낙태죄 없애고 꽃길만 걷자~”

‘낙태 합법화 요구’ 움직임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과, 의료계의 대응으로 인해 촉발됐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해당 개정안은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적발 시 최대 1년간 의사 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산의회)는 지난 9일 “의사 처벌 위주의 무책임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낙태 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합법인 수술은 거부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당장 많은 산모가 피해를 보더라도 그 외의 낙태 수술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여성계는 정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산의회의 대응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응 어디에서도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는 찾아볼 수가 없으며, 여성들의 임신출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사태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임신·출산을 결정할 당사자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침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SNS상에선 #낙태죄폐지 #낙태비범죄화 #내 자궁은 나의 것’ ‘#임신중절정상의료화’ 등 해시태그 운동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 여성들 볼모 삼은 낙태 처벌 강화·수술 중단 엄포 그만)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7일 오전 11시에 ‘보건복지부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달 말에는 ‘여성의 임신·출산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침해를 거부한다’(가제) 시위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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