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몹쓸 짓’, 여성 선수는 ‘낭자’”...미디어 속 성차별과 폭력
“성폭력은 ‘몹쓸 짓’, 여성 선수는 ‘낭자’”...미디어 속 성차별과 폭력
  • 변지은 기자
  • 승인 2016.10.13 12:58
  • 수정 2016-10-13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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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 개최

방송사 메인뉴스 속 여성 차별과 폭력 심각...리우올림픽서도 성차별 중계방송 여전

 

심미선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심미선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방송사 메인뉴스의 여성 살해·성폭력, 스포츠 관련 보도를 보다보면 선정적이고 성차별 등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방송사 메인뉴스 속 여성 차별과 폭력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경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올해 상반기 보도된 지상파와 종편의 메인뉴스 중 여성 살해·성폭력 사건 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무국장은 성폭력 관련 뉴스보도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성폭력 사건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는 태도, 삽화나 상황 재연을 통해 화면을 선정적으로 구성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성폭력 보도에서 성폭력을 ‘몹쓸 짓’, 성추행을 ‘검은 손길’ 등으로 표현하거나 가해자를 ‘늑대’, ‘바바리맨’ 등으로 지칭하는 것은 성폭력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행위”라며 공식적이고 법적인 표현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수많은 성폭력 사건을 하나하나 선정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성폭력 예방과 해결에 집중하고, 피해자의 관점에 입각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 발표 자료가 소개되고 있다. ⓒ변지은 기자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 발표 자료가 소개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여성 살해사건 보도에서는 선정적인 화면구성 외에도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등 신중치 못한 보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소영 서울신문사 사회2부장은 “선정적인 일러스트를 사용하거나 사건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반드시 걸러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보도에서도 여성 선수의 역량보다 외모, 성별을 평가하는 별명이나 차별적 발언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은 전문적인 일을 하더라도 직업적 전문성보다 외적인 태도와 몸가짐을 더 많이 평가받는다”며 “여성 선수에게는 ‘요정’, ‘낭자’ 등 여성성을 강조하는 별칭이 따라오는데 남성 선수에게는 ‘인간 탄환’, ‘황제’ 등 힘과 능력, 권위가 강조되는 별칭이 붙는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보도 건수에서도 성별 격차가 드러났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이 획득한 메달 수를 계산해보면 금메달의 경우 여성이 5개를 획득해 남성 4개보다 많았다. 하지만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링 결과 총 756건의 올림픽 뉴스 중 여성 단독 보도 201건, 남성 단독 보도 267건으로 여성 단독 보도 건수가 66건이나 적었다.

남상우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은 “리우 올림픽 당시 여성 선수가 양적으로 남성보다 덜 보도됐다지만 올림픽에선 그나마 여성이 많이 보도되는 편”이라며 “평소 스포츠 뉴스의 보도 비율을 따져보면 남성 95%, 여성 5% 수준으로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정재용 KBS 스포츠국 기자는 “스포츠라는 분야를 미디어에 보도하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성 차별적인 보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리우 올림픽에서도 성 차별적 보도가 지적받았지만, 이는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윤 소장은 “한국 스포츠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언론이 나서서 개선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권위가 주최하고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과 이윤소 사무국장이 발제를 맡고, 문소영 서울신문사 사회2부장,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남상우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 정재용 KBS 스포츠국 기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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