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몰카, 동의없는 유포

불법 음란물 시청 행위 모두

피해자 죽이는 ‘사이버 살인’

소라넷 폐지 후에도 49여곳

제재 없이 버젓이 운영 중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공식 폐쇄됐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나 인터넷 같은 디지털 매체로 일어나는 모든 성적인 가해 행위를 뜻한다. ⓒ일러스트 김성준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공식 폐쇄됐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나 인터넷 같은 디지털 매체로 일어나는 모든 성적인 가해 행위를 뜻한다. ⓒ일러스트 김성준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은 공식적으로 폐쇄됐지만, 온라인 공간의 ‘디지털 성범죄’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한글로 운영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 40여곳은 아무런 제재 없이 운영 중이고 남성 회원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몰래 찍은 사진이 공공연히 공유된다.

불법 사이트에선 하루에도 수십건씩 ‘국산’ ‘여친’ ‘아내’ ‘골뱅이’(술 취한 여성을 뜻하는 은어로 강간의 대상이 된다)라는 제목을 단 몰카와 여성을 강간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음란물 제작과 유통 자체가 불법인 한국에선 사생활 몰카부터 당사자 동의없는 유포, 해당 영상을 시청하고 영상 게시물에 댓글로 2차 가해를 하는 행위 모두 ‘범죄’다. 범죄 행위를 ‘국산야동’이라는 말로 포장해 유출하고 공유하고 시청하는 이들 역시 ‘범죄자’다.

지금까지 당사자 동의나 인지 없이 촬영·배포돼 성적으로 이용되는 사진이나 영상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라고 불렀다. 소라넷은 리벤지 포르노가 가장 많이 게시되고, 유통되면서 폭력적인 제목과 댓글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주요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리벤지 포르노라는 표현 대신 ‘디지털 성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음탕하고 난잡한 사진과 영상을 뜻하는 포르노는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해 2차 가해를 하는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 바로 디지털 성범죄다. 소라넷 공식 폐쇄를 이끈 단체 리벤지포르노아웃(Revenge Porn Out·르포)은 팀 이름도 ‘디지털성범죄아웃’으로 바꾸고 디지털 성범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인터넷 같은 디지털 매체로 일어나는 모든 성적인 가해 행위를 일컫는다. 이 단체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몰카 영상 등이 올라오는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 사이트 운영 방식과 게시글의 성격 등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본인의 허락 없이 민감한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이를 시청하고 게시글에 폭력적 댓글을 달며 참여하는 행위도 성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단체는 강압적인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거나 몰래 찍는 행위는 ‘촬영 성폭행’으로, 돈을 벌 목적이나 쾌락을 위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디지털 강간’, 영상을 보고 소비함으로써 영상 제작자와 게시자에게 소득을 안겨주는 ‘시청 강간’, 온라인 공간에서 강간을 모의하거나 참여하고, 디지털 성폭행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는 행위는 ‘온라인 참여강간’으로 명명했다.

르포가 3개월간 49곳의 불법 음란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0곳 중 9곳(87.8%)은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도 접근이 가능했다. 검색 이후 클릭 한 번으로 접속이 가능한 곳도 46.8%에 달했다. 10곳 중 8곳(75.5%)은 회원가입 절차 없이도 게시글을 열람할 수 있었다.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로그인하지 않고 접속만 해도 게시글을 볼 수 있는 곳도 84.8%에 달했다.

49곳 중 47곳의 동영상 게시글을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모든 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0곳 중 9곳(83%)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확인됐고, 78.7%에 취중 강간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하예나 르포 대표는 8일 대한민국 넷페미사 행사에서 “포르노 제작, 유포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국산야동’은 곧 디지털 성범죄를 뜻한다”며 “영상을 보는 행위도 게시자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일종의 소비로, 범죄 영상을 구매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5월부터 악질적인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포 사이트 4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지금 현재도 모든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며 “제2, 제3의 소라넷을 막는 것보다 현재 버젓이 운영 중인 불법 디지털 성범죄 사이트부터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