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처벌 강화 입법예고에 의사들 “낙태 수술 전면 중단할 것” 반발

여성계 “여성의 임신출산결정권 침해할 결정...여성의 몸에 대한 탄압과 통제 중단하라”

 

정부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범위의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하고 관련 의료진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은 “낙태 수술 전면 중단” 각오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여성계는 양 측 모두를 비판하며 “여성들의 임신출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모자보건법 제14조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 △진료 중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 △대리 수술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복용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1년간 의사 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1월 2일 입법예고 종료 시까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 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9일 “의사 처벌 위주의 무책임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낙태 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기사 : 산부인과 의사들 “11월부터 낙태수술 전면 중단 각오”...왜?)

여성계는 정부 개정안과 의료계의 대응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양 측 어디에도 여성의 몸, 여성의 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며 “법의 이름으로, 도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탄압과 통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대로라면 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불법 ‘낙태’시술병원을 고발하면서 여성들의 임신출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사태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낙태 근절을 주장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는 지난 2010년 2월 검찰에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들을 고발해 낙태 관련 논쟁에 불을 붙였다.

현행 형법상 여성의 낙태는 불법이다. 근친상간·강간·유전성 질환 등 모자보건법상 허용된 극히 일부 사유로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임신 24주 이내’에,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남성)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17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다. 여성계는 낙태 중 90% 이상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발생하고 있으며,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 없이 법적 규제만을 강제하면 불법 낙태 시술을 증가시켜 여성의 건강과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해 왔다. 2011년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한국의 형법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여성의 재생산권리의 하나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의 문제”라며 정부에 ▲낙태 합법화 ▲낙태 관련 전문 정보·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안전한 낙태 수술 보장 ▲사회·경제적 낙태 발생원인 해결책 강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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