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유인하는 채팅 앱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

"교복 입고 오면 돈 더 줄게", "콘돔 안 쓰게 해주면..."...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성 착취 대상으로

 

한 남성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남성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어떤 남성은 교복을 입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는 말도 했다. 미성년자를 건드리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건만남을 하는 남성이 많았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소인 A(19)씨는 이 자리에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겪었던 성 착취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A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 10명 중 5명은 조건만남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큰 문제로 돌아올 거란 생각 없이 조건만남을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며 “고소를 하게 된 이유는 저와 같은 희생자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더는 조건만남으로 인해 상처받는 청소년들을 보기 싫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에 따르면 실제로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2006년 1745명에서 2012년 4457명으로 2.5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청소년의 78%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왼쪽 두번째)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회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왼쪽 두번째)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회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국제사회에서 이미 인신매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걸려든 피해자인 네가 잘못한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은 ‘네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응했다’와 같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자신이 성 착취를 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성매수 남성들은 일부러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용돈은 부족합니다. 나만 유행에 따라가지 못하면 친구들로부터 소외될까 봐 조건만남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A씨의 말처럼 ‘사이버미아리’라고도 불리는 채팅 앱을 통한 조건만남은 청소년들에게 유혹적인 용돈·생활비 마련의 수단이다. 하지만 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조건만남을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처참하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조건만남을 경험한 많은 성 착취 피해자들이 자살을 시도할 만큼 힘들어한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아직 자신의 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콘돔 안 쓰게 해주면 돈을 더 주겠다’라는 제안에 넘어가 성병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고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앱을 통해 채팅을 주고받다가 조건만남을 전제하지 않고 단순히 채팅 상대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탁틴내일 이영희 대표는 “채팅을 주고받다가 상대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차비를 받거나 밥을 얻어먹으면 대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성폭행으로 신고할 수 없게 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고발 증거내용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고발 증거내용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어 조 대표는 “3~4년 전부터 경찰 사이버수사대·생활질서과·여성청소년과에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를 예방하기 위한 단속과 규제를 요구해왔지만 아직 전담 부서도 없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이버수사대는 테러·마약 관련 수사 기관, 생활질서과는 오프라인 성매매 업소 단속 기관, 여성청소년과는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담당 기관이라는 답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는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정황을 캡처해서 증빙자료로 제출했지만 처벌 근거가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며 현행법은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를 단속·처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방심위가 채팅 앱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채팅 방 제목에 성매매를 증명할 수 있는 ‘조건만남, 10만원, 성매매’ 등의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데 실제 채팅 앱에서는 ‘쪼껀(조건만남), 건전(애인대행·식사), 비건전(성관계)’ 등의 약어·은어를 사용해 단속망을 피해간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A씨를 포함한 고소인 2인과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공동고발기관 255곳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심톡G’, ‘친구만들기’ 등 총 7개 채팅 앱 운영자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향후 유엔 인권이사회의 아동매매·성매매·아동음란물 문제 담당 특별보고관에게 대한민국의 현행 청소년 성 보호 관련 법령의 문제와 피해 아동·청소년의 구체적 피해 사실을 적시한 진정 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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