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월 2일까지 비도덕적 진료행위 관련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모자보건법상 허용범위 외 낙태수술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간주해 의사 처벌 강화키로

산부인과의사회 반발...“의사 처벌 강화하는 개정안 강행 시 낙태수술 전면 중단”

 

“오는 11월 2일 입법예고 기간 종료 후에도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하겠다. 단 한 명도 낙태수술을 하지 않도록 움직일 것이다.”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개정안엔 현행법상 허용되는 범위 외의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더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개정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낙태수술 전면 중단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엔 진료 중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 대리 수술,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복용, 모자보건법을 위반해 임신중절(낙태)수술을 하는 일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12개월의 의사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에 반발해 “낙태수술 전면 중단” 각오를 밝혔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9일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사 처벌 위주의 무책임한 정책보다 낙태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김 회장은 “낙태의 99%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강제로 출산시키면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임신 20주 이후의 낙태는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무뇌아 낙태까지 금지하는 현행법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라며 “여러 국가들은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낙태 허용 범위에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거부하면 환자들은 일본, 중국 등으로 원정 낙태를 가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동욱 구 산부인과의사회비상대책위원장도 “(낙태 처벌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처벌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회원들을 상대로 해당 개정안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의사회 회원이 이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현행 형법은 여성의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근친상간·강간·부모의 유전자 이상 등 극히 일부 사유로만 낙태를 허용한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약 17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다. 대부분이 불법 시술이다. 낙태 허용 범위를 좁히고 처벌만 강화하는 일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배경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안전한 낙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11년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한국의 형법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