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장을 한 주인공(김유정 분)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장을 한 주인공(김유정 분) ⓒKBS

‘남자는 바지·여자는 치마’ 고궁 한복 무료입장 규정 반대 퍼포먼스 열려

“문화재청, 시민들에게 성별 이분법적인 고정관념 강요 말라”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만 한복 차림으로 인정한다는 문화재청의 고궁 한복 무료입장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고궁 앞에서 성별 이분법적 규정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먼저 오는 13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로 일대에서 ‘한복 크로스드레싱(반대 성별이 입는 옷을 착용하는 행위) 퍼레이드’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원하는 성별의 한복 의상을 입고 함께 행진할 계획이다. 퍼레이드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출발점은 서울 지하철 안국역 6번 출구 앞 북인사광장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해당 퍼포먼스를 기획한 퀴어활동가 김우주 씨는 “최근 친구들과 복장 규정 논란에 대해 대화하다가 ‘한복을 바꿔 입고 경복궁 주변을 돌아다니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직접 목소리를 크게 내기보다는 거리를 걸으며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성별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오후 2시 경복궁 앞에선 퀴어 페미니스트들의 댄스 플래시몹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이서’ 씨(댄스팀 ‘LUDDAN N°9’ 소속)는 “주민등록번호가 2번으로 지정된 이들이 모여 바지 한복을 입고 플래시몹 형식으로 보이그룹의 춤을 출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열린 ‘퀴어×페미니스트 슬램 파티’에서 댄스 공연을 연 바 있다. 

이서 씨는 “두 개의 성별로 사람을 나누고, 그에 따른 복장을 요청하는 문화재청의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무려 국가의 행정기관이 이런 규정을 시민들에게 들이민다는 것은 무척 문제적인 일이며,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남자냐, 여자냐’ 구분이 왜 필요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성별을 정할 것인가? 이번 행사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4대 고궁과 조선왕릉, 종묘에 적용되는 한복 무료입장 가이드라인은 ‘젠더 차별’이자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를 입어야만 한복 차림으로 인정하고, 여성 한복 치마 규정엔 ‘과도한 노출 제외’를 덧붙여서다. (▶관련기사 : ‘여자는 치마, 남자는 바지’ 고궁 한복 무료입장 젠더차별 논란)

이에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관계자는 지난 7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복 무료관람의 취지는 한복의 대중화·활성화다. 하지만 무제한으로 허용하면 한복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전통적인 착용 방식을 왜곡하는 등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고궁 야간 특별관람이 끝난 이후 그간의 문제 제기를 검토해 수정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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