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의 대모’ 한상순, 삼성행복대상 수상

30년간 미혼모 자립 지원 기여… 내달 3일 시상식

 

한상순 전 애란원 원장 ⓒ삼성생명공익재단
한상순 전 애란원 원장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학 4년 때 미혼모를 상담하는 입양기관으로 실습을 나가게 됐어요. 1년 동안 실습을 하다 보니 이게 내 길이구나 했죠.”

한상순(66) 전 애란원 원장은 30여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미혼모의 자립을 도운 ‘미혼모의 대모’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무료교육에 몸 바치는 아버지를 보면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시절 현장실습을 계기로 평생 미혼모자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1981년부터 미혼모자와 동고동락한 한 전 원장은 30년 넘게 갈 데 없는 그들을 보살피고 미혼모를 향한 사회의 편견을 바꿔나가는 데 힘 쏟았다.

미혼모의 자립과 인식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한 전 애란원장이 2016년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에 선정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5일 여성 인권 향상과 가족애를 실천한 시민에게 주는 삼성행복대상 수상자 8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에는 이혜숙(68)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가족화목상’에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16년간 봉양한 박영혜(67)씨가 확정됐다.

한 전 원장은 1990년 애란원 원장을 맡은 후 미혼모 공동생활가정인 ‘애란세움터’(2001년)와 ‘애란모자의 집’(2003년)을 설립해 사회적 편견에 고통 받는 미혼모들이 직접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줬다. 2008년엔 미혼 한부모 가족복지상담소인 ‘나 너 우리 한가족센터’를 만들어 미혼모의 자립과 정착을 돕고, 2010년 미혼모 위탁형 대안학교인 ‘나래대안학교’를 설립해 10대 미혼모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성창조상을 수상하는 이혜숙 명예교수는 수학과 교수로서 여성의 과학기술계 참여 확대를 이끌어낸 업적을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우수 여학생 이공계 진학 촉진 프로그램(2001년)을 처음 만들어 운영했으며, 2011년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여성 수학 인재를 배출하고 여성 과학인의 전문성을 강화한 노력이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여성과학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왔다”며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한 데엔 무엇보다 여성과학자들의 공이 크다. 이 상은 동료들과 함께 받는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103세 시어머니와 87세 친정어머니를 16년 동안 봉양해 효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박영혜씨는 가족화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공기 좋은 곳에서 두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6년 전 제주도로 귀농한 후 현재는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특산물 판매 장터와 나눔 행사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이어나가며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 거동이 불편한 부모나 조부모에게 효를 실천한 남영화(16·부산주례여고1), 류승현(17·충북예고2), 박재용(16·대일외고1), 손은석(18·인천남고3), 형다은(18·남원여고3) 학생은 ‘청소년상’을 받는다.

삼성행복대상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며, ‘여성의 권익과 사회공익에 기여한 여성’ ‘학술·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여성’ ‘효행 실천과 효 문화 확산에 기여한 사람’등에 수상한다. 시상식은 11월 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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