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넘어야 할 산
문재인이 넘어야 할 산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10.06 23:15
  • 수정 2017-07-08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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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싱크탱크 ‘정책 공간 국민 성장’ 윤곽 드러나

내년 12월 대권 잡으려면 다섯 개의 산 넘어야

정체성의 산, 노무현의 산, 호남의 산, 확장성의 산

후보 단일화의 산, 제대로 극복해야 대선서 우위

 

6일 전날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울산시 중구 태화종합시장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늦은 밤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수해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일 전날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울산시 중구 태화종합시장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늦은 밤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수해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시인 릴케는 가을날을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든다”고 노래했다. 이 찬란한 가을에 내년 대선을 향한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야권 최대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 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5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 공간 국민 성장’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려대 조대엽 교수는 싱크탱크의 성격에 대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완전히 뛰어넘어 과거·보수·진보, 성장·분배와 같은 이분법이 아니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가 2010년 12월 자신의 싱크탱크로 78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한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킨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싱크탱크를 발족 시키는 것 못지않게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정체성의 산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의 5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친북 성향’(12%)과 ‘좌편향’(8%) 등 정체성 문제를 꼽았다. 북한이 5차 핵 실험을 강행했는데 사드 배치 반대를 강하게 밀어붙여 안보 불안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중도로의 외연 확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둘째, 노무현의 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것이 친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을 뛰어 넘는, 문재인만이 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호남의 산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광주 92.0%(82만3737표), 전북 86.3%(98만322표), 전남 89.3%(103만834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28석이 걸린 호남에서 단 3석만을 차지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의 비토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권은 어려워진다.

넷째, 확장성의 산이다. 지난 4개월 동안 한국 갤럽 조사에서 문 전대표의 지지율이 10%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더 민주 지지율보다 낮았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서 문 전표에 대해 ‘아니다’는 부정 평가(49.3%)가 ‘그렇다’는 긍정 평가(31.5%)보다 훨씬 높았다.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는 ‘그렇다’(38%)와 ‘아니다’(41%)가 비슷했다. 지난 대선 때인 2012년 10월 조사(42%)와 비교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10%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최근 중앙일보가 실시한 후보 호감도 조사에서 문 전대표의 경우 호감도(49.3%)와 비호감도(49.3%)가 똑같았다. 하지만 반 총장의 경우 호감도(63.0%)가 비호감(34.9%)을 압도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대통령 적합도와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현재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다섯째, 후보 단일화의 산이다.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 야권이 분열돼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면 필패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추석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에서 반 총장은 38.5%를 얻어 문재인 전 대표(28.1%)와 안철수 의원(14.5%)을 크게 앞섰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은 문 전대표가 제기하는 단일화에 대해 “구시대적 패러다임이자 프레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문 전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후보 단일화의 유혹에서 벗어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문 대표가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이다)에 빠지면 또 다시 실패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문 전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이대문’의 유혹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역동성 있는 경선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또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총선에선 정권 심판론이 먹히지만 대선에선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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