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9번 대책 발표했지만

청년여성 특화 대책은 없어

똑같은 조건에도 여성보다

남성 뽑는 성차별 채용 여전

 

한 여성이 일자리 박람회의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여성이 일자리 박람회의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경기침체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기업이 채용규모를 줄이면서 일자리가 급감하는 ‘고용절벽’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9번에 걸쳐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청년여성에 특화된 고용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추진되는 여성 고용 정책은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자녀가 있는 여성을 위한 일·가정 양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 시장에만 나서면 ‘을 중의 을’이 되는 청년여성을 위한 고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3년 현 정부 출범 이후 2016년 4월까지 총 9차례 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고용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약 4조원으로 △2013년 1조3334억8500만원 △2014년 1조3316억2200만원 △2015년 1조7584억원 △2016년에는 2조1113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4조원이 넘는 예산 투입에도 청년실업률은 매년 상승 추세다. 2012년 7.5%에서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였다. 예산정책처의 ‘2017년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9.3%에 이어 내년에는 9.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9번에 걸쳐 발표된 청년고용대책에는 청년여성 특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월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 대책이 발표됐으나 여기서도 여성 고용 대책은 경력단절 예방과 직장 복귀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재 청년여성 특화대책은 여가부가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여대생커리어 개발센터와 청년여성 멘토링 사업이 전부라는 얘기다.

문제는 청년여성들은 같은 조건이라도 남성에 비해 고용의 질이 낮고 임신,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적 사건으로 인한 경력단절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15~34세 청년층 여성 고용률은 47.9%로 청년남성 고용률(54.4%)보다 6.5%포인트(p) 낮았다. 게다가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자연계 등 전공 분야에 여성들이 집중 분포돼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4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에서 4년제 대학 졸업 후 18~24개월 시점에 여성 고용율은 남성보다 2.4%p 낮았다. 기업의 여성 채용 기피 등 노동시장의 보이지 않는 차별도 여성들이 겪는 큰 장애물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청년남성 기준으로 세워진 대책은 청년여성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여성 취업 애로요인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재확인됐다. 청년여성들을 심층면접한 결과를 보면, 여성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실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성차별에 맞설 용기와 베짱도 필요한 듯 하다. 

먼저 위법 사항임에도 성차별적인 채용 공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층 면접에 참여한 우송대 국제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I씨는 “애초에 공고에 올라온 것도 남성 위주였다. 성별 무관이라고 써 있었지만 상세 사항에는 남성 우대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아무리 취업 준비를 해도 채용 시 여성 합격자 수가 제한돼 있어 결국 ‘남자’가 스펙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인천대 어문계열에 재학 중인 K씨는 “성적은 오히려 여자가 좋은데 취업은 남자가 더 잘 된다. 똑같이 연계 전공하고 여자의 스펙이 좋아도 대기업은 남자들이 더 잘 간다”며 “한 기업의 면접에서 남자 33명, 여자 7명이 올라갔는데 그 중에 여자는 단 한명만 뽑는 거였다. 결국 처음부터 여자에게는 단 한 자리만 주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사회계열에 다니는 H씨는 “어떤 곳은 남녀 그룹을 나눠 따로 면접을 봤다. 남녀 섞어서 면접을 보면 여자가 말을 잘해서 남자들이 기가 눌리는 것도 있어 따로 나눴다더라”면서 “친구는 대기업 유통회사 최종면접에 합격한 여자 3명, 남자 4명과 면접 스터디를 했는데 여자는 다 떨어지고, 남자는 다 붙은 거다. 심지어 면접 시간에 늦어 중간에 들어온 남자도, 보인이 지원한 직무에 대한 대답도 제대로 못한 남자도 붙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취업을 한다고 해도 경력단절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이 여성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화여대 사범계열에 재학 중인 G씨는 “제가 만약 공무원이 되면 결혼하겠지만 사기업에 취직하면 결혼을 안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더 큰 문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업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직급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며 조직화도 어려운 청년들의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대처할 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여성의 애로사항과 특수성을 반영해 △취업 취약 전공 분야 여대생 취업 지원 강화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에 ‘신규 채용 여성 비율’ 반영 △대체인력지원제도 개선 △고용평등실 지원 확대·강화 △일·가정 양립 및 지원 확산 등의 특화 대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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