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여성혐오를 다루고자 한다면 여성혐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회적 약자와 그에 대한 제도적 보호를 짚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소모적 논쟁에 치우치는 보도를 내놓았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4일 서울 마포구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 -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미디어에 횡행하는 그릇된 여성 묘사의 문제점을 한 자리에서 짚어보고자 마련됐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년간 방송 보도 양상을 짚어보며,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논쟁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방송에서는 그 사회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을 다루는 방송 보도의 내용상 문제점은 가해자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제대로 보도해야 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미비라는 사태의 본질은 흐려졌다”고 꼬집었다.

스포츠 프로그램 속 여성차별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사무처장은 “공중파 3사의 스포츠 채널에 편성된 야구 리뷰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 아나운서 한 명과 남성 해설위원 두 명으로 구성돼 있고, 여성 아나운서는 항상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은 남성 해설위원들의 설명을 돕기 위한 적당한 질문과 리액션에 그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언론인의 성평등·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기자와 프로듀서들이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언론인들은 최소한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여성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와 문제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여성인권영화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여성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와 문제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여성인권영화제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언론 내에서는 성폭력 범죄 보도 관련 교육을 마련하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언론보도로 인해 2차 피해를 본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성차별적 방송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 방심위원 전원이 60대 이상 남성이다. 앞으로 방심위원들도 30% 이상은 여성으로, 또 젊은 사람으로 구성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방송을 심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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