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10일간의 영화잔치] 뜨겁거나 차갑거나… 여성영화에 빠지다
[부산국제영화제, 10일간의 영화잔치] 뜨겁거나 차갑거나… 여성영화에 빠지다
  • 부산=김수경 기자
  • 승인 2016.10.05 16:31
  • 수정 2016-10-07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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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한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홍콩의 조니 토 감독, 미국 배우 하비 케이틀, 독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핸드프린팅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한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홍콩의 조니 토 감독, 미국 배우 하비 케이틀, 독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핸드프린팅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아시아 전역의 영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관객과 만난다.

올해 69개국 299편의 영화 중 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도 선보인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도움말로 아시아의 여성영화와 여성감독 영화를 소개한다.

액션영화 볼까, 사회고발영화 볼까

일본 나카노 료타 감독의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은 웃음과 눈물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력한 여성 영화다. 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모든 사랑과 아픔을 껴안는 후타바역을 맡아 열연한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후타바를 단순한 여성이라기보다는 강인하고 포용력이 큰 한 인간으로 그리면서 죽음으로 인한 슬픔마저도 승화시킨다.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은 목욕탕을 운영하는 죽음을 앞둔 중년 여인 후타바가 버킷 리스트를 실천에 옮기면서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원망, 미움, 무책임을 모두 다 사랑으로 껴안는다. 다시 문을 연 목욕탕은 아마도 그녀의 사랑으로 계속 따뜻함을 유지할 것이다.

호유항 감독의 ‘미세스 케이’(말레이지아)는 여성 액션 장르의 영화다. 한때 홍콩의 톱클래스 액션 배우였던 카라 와이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호유항이 말레이지아 감독이기는 하지만 중국계이고, 제작자 로나 티는 오랫동안 홍콩영화계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호유항의 위시 리스트였던 카라 와이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

상류층 가정주부 미세스 케이는 요리와 육아에 전념하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중년 여인으로 보이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그녀의 액션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며 충격을 던진다. 세련되고 차가운 공간은 죽음의 위협으로 조여 오는 그녀의 위급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가 된다. 마카오의 전직 경찰이 미세스 케이를 협박하고, 10대 외동딸은 낯선 젊은 커플로부터 유괴 당한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인 가린 누그로호와 리리 리자의 여성 영화도 눈 여겨봐야 한다. 가린 누그로호의 ‘자바의 여인’은 식민통치 시절 네덜란드인과 결혼한 여인이 겪게 되는 자아 발견의 이야기를 담았다.

리리 리자의 ‘엄마’는 6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의 두 집 살림때문에 고통을 겪는 여인의 고난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여주인공이 중심인 이 두 작품에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자바의 여인’의 여주인공 냐이 역은 아니사 헤르타미, ‘엄마’에서 여주인공 아티라 역은 컷 미니다.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스리랑카 산지와 푸시파쿠마라의 ‘불타는 새’는 여성이 사회로부터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1989년 스리랑카 북부의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가장이 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비판하는 산지와 푸시파쿠마라 감독의 사회고발 영화다.

쿠숨이 처한 상황은 스리랑카 사회가 여성의 인권과 여성 노동의 현실에 대해 그 어떤 제도적인 보호를 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자바의 여인’
‘자바의 여인’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

주목할 만한 여성감독들

부산영화제가 주목하는 아시아의 여성 감독은 구로키 히토미, 미와 니시카와(이상 일본), 아노차 수위차콘퐁(태국), (중국), 아난야 까사라발리와 콘코나 센 샤르마(인도)다.

구로키 히토미는 ‘실락원’의 여주인공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다. 첫 감독으로 데뷔작인 ‘얄미운 여자’는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여주인공 역을 맡은 기무라 요시노, 요시다 요의 연기대결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성감독인 미와 니시카와는 ‘아주 긴 변명’으로 가족의 의미와 뒤늦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 출신인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감독 출신으로 연출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한 태국의 아노차 수위차콘퐁은 ‘어둠의 시간’으로 부산을 방문한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에서 장편 데뷔작 ‘우주의 역사’가 소개됐다. ‘어둠의 시간’은 ‘우주의 역사’ 이후 7년만의 장편극영화로 태국의 아픈 근대사를 건드리고 있는 작품이다.

뉴 커런츠에 초청된 중국영화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리우유린의 감독 데뷔작으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이 영화는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리우전윈의 소설 제목으로 리우전원의 딸인 리우유린 감독이 부친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미 단편을 통해 그 재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또 신인 감독 중 인도 여성감독인 아난야 까사라발리는 ‘어느 댄서 이야기’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다. 배우 겸 감독 아난야 까사라발리는 인도의 영화인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 기리시 까사라발리는 이 영화의 스크립트 어드바이저로 지원했다.

‘어느 댄서 이야기’는 인도 카르나타카 지역의 전통공연 약샤가나의 여장 댄서의 삶을 추적하는 작품으로 젊은 두 다큐멘터리스트가 야크샤가나 예술가들을 인터뷰로 영화가 시작된다. 야크샤가나는 춤, 음악, 분장, 무대 기법이 독특한 스타일로 결합된 인도의 전통 연극으로 남자들이 모든 성별의 역할을 맡는다. 여자 역을 맡아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하리샨드라의 삶이 성 역할에 강한 편견을 가진 사회가 어떻게 한 재능 있는 인간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도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이자 영화인 가문의 대를 이어가고 있는 콘코나 센샤르마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데뷔작이 ‘군지에서의 죽음’이다. 이 영화에는 ‘내 생애 첫 번째 마가리타’의 칼키 코이클린과 ‘몬순 웨딩’의 틸로타마 쇼메 등 인도 최고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앙상블과 공간과 캐릭터를 담아내는 감독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해운대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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