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성들은 엉뚱하게도 “몽정휴가 달라”고 징징대

큰 불편함 없는 몽정이 생리에 대적할 만한지 의문

몽정으로 생리를 이기려고 하는 나라, 대한민국 만세다

 

7월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 생리대 가격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물감을 칠해 붙인 생리대와 ‘생리대 가격 국가통제’ ‘생리 인식 개선 촉구’ 문구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7월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 생리대 가격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물감을 칠해 붙인 생리대와 ‘생리대 가격 국가통제’ ‘생리 인식 개선 촉구’ 문구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사람마다 다르지만 여성들은 열 살을 넘기면 생리를 하기 시작한다. 임신할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니 마땅히 축하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그 사실을 쉬쉬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는 남성들의 인식이 매우 천박하기 때문으로, 다음 글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생리가 안 부끄럽니?”

지난 7월 3일 여성들은 생리대 퍼포먼스를 열면서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이용한 여학생의 사례를 안타까워했는데, 한 남성분은 이에 관한 기사를 읽다 북받친 나머지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제목이 ‘생리대가 비싸? 생리가 안 부끄러워?’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

 

“누워서 인터넷 보는데 어이가 없는 기사를 봤습니다. ​뭐 그냥 생리대 비싸다. 깎아줘, 라며 징징대는 내용의 퍼포먼스인데, 여성의 생리가 숨겨야 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하면서 경복궁에 붉은 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와 여성 속옷을 붙이는 등 별 그지 같은 짓들을 하네요. 생리대가 비싸서 신발 깔창을 쓰는 여학생이 정말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진짜 생리대 저렴한 거 하나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 쓰는 여성이 있다면 제가 사줄게요(단 인증해야 함). 그렇게 당당하다는 생리라면 왜 “생리하니?” “그날이니?”라고 물어만 봐도 성희롱이 되는 건지. 남자들도 이제 면도기랑 휴지 가격 깎아달라고 해야 될 듯합니다. 또 남자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은 포경수술비를 무료로 해달라고 하시고요.”

 

남성들이 다 이런 건 아닐 테지만,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남성은 꽤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여성들이 생리 자체를 쉬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분들을 위해 생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배란기가 다가오면 여성의 자궁은 수정란이 만들어져 벽에 달라붙을 가능성(전문용어로 착상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임신이다)에 대비해 자궁벽을 아주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배란기 때 임신이 안 되면 더 이상 자궁벽을 두껍게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이를 생리라고 한다. 3∼5일(최대 2∼7일)간 평균 35ml 가량의 혈액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건 그 자체로 찜찜한 일이겠지만, 이것 말고도 수반되는 증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생리 전 또는 생리 중 쥐어짜는 듯한 양상의 복통이 동반될 수 있고, 그 외에도 편두통,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유방 압통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감정적으로는 우울하거나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식욕이나 성욕의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 테지만 이건 정상적으로 생리가 일어날 때 겪어야 하는 증상이고, 질병이라도 있으면 증상은 훨씬 더 심해진다.

지인 한 명은 생리 때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다. 당연히 그녀에겐 생리 날짜가 다가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갔더니 자궁내막증이란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이 자궁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라는 병인데, 이게 자궁 바깥에서도 자신의 기능을 충실히 한다는 게 문제였다.

무슨 말일까? 자궁 옆에 있는 나팔관에 자궁내막이 생겼다고 해보자. 이 자궁내막도 호르몬의 작용으로 배란기 때마다 내막이 두꺼워지고, 그 이후 혈액의 형태로 내막이 떨어져 나간다. 자궁에서 나온 혈액은 여성의 생식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니 큰 문제가 없지만, 나팔관에서 나온 혈액은 어디로 갈 곳이 없다.

이 혈액 자체도 염증을 일으켜 배를 아프게 하지만, 혈액이 몸에 남아 있으면 다른 조직이 달라붙을 수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이 현상이 매달 반복된다면 어떻겠는가? 그래서 자궁내막증은 갈수록 그 증상이 악화된다. 드문 경우지만 자궁내막이 코에 생긴 경우도 있다. 이때는 생리를 할 때마다 코에서 코피가 같이 난다. 내막이 폐에 생기면 폐출혈이, 뇌에 생기면 뇌출혈이 있을 수 있다. 이것 말고도 생리에 관한 질병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폐경이 되지 않는 한 여성들은 주기적인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생리휴가 빌미로 놀러간다고?

생리통이 없는 여성도 있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가임기 여성의 60∼70%가 생리통을 경험한단다. 여성에게 생리휴가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에 한해 월 1일 무급 생리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속이 좁아터진 우리 남성들은 이 생리휴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빌미로 놀러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인데, 회사의 윗대가리들이 대부분 남자다보니 여성 근로자 중 생리휴가를 제대로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85.4%가 생리휴가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주변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데다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동아제약이 20~39세 여성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물론 생리휴가 때 놀러간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여성근로자 절반 이상이 생리로 직장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데 생리휴가도 못쓰게 하는 건 좀 너무하다. 말로만 저출산을 걱정하지 말고 출산이 가능한 여성들이 대접받는 풍토가 먼저 이뤄져야지 않을까 싶다. 남성들은 생리휴가가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일단 일본과 대만도 생리휴가가 있고, 미국과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이 생리휴가가 없는 건 연중 12∼15일 가량을 쉴 수 있게 보장됐기 때문이지, 그 나라 여성들이라고 생리가 덜 힘든 건 아니다.

일부 남성들은 엉뚱하게도 “우리에게도 몽정휴가를 달라”며 징징거린다. 몽정은 야한 꿈을 꾸다가 자신도 모르게 사정을 해버리는 것으로, 깼을 때 팬티가 젖는 걸 제외하면 그리 큰 불편함은 없다. 갈아입을 팬티가 없다면 모를까, 이게 생리에 대적할 만한 것인지 과연 의문이다.

좀 허무한 기분은 들지언정 몽정으로 인해 “쥐어짜는 듯한 양상의 복통이 동반될 수 있고, 그 외에도 편두통,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게 아니면 35ml에 해당하는 정액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새어나오나? 어이없는 일은 tvN에서 하는 ‘SNL코리아’에 몽정휴가가 등장해 판단력이 미숙한 남성들의 공감을 샀다는 것. 프로그램을 만드는 남성 제작진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하다. 몽정으로 생리를 이기려고 하는 나라,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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