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조은수] “죽고 싶어 떠난 아프리카에서 살아갈 이유 찾았죠”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조은수] “죽고 싶어 떠난 아프리카에서 살아갈 이유 찾았죠”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6.09.29 15:57
  • 수정 2016-10-13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단부터 탄자니아까지

10개월간의 아프리카 대장정

고된 방랑 속 나를 대면하다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의 저자 조은수씨.“왜 매일을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지 궁금해” 10개월간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정실 사진기자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의 저자 조은수씨.“왜 매일을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지 궁금해” 10개월간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정실 사진기자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저 증오스러운 땅을 떠나 온전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리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 수단 대사관에서 나라 전역에 한국인 여행객은 나 하나뿐인데 괜찮겠냐고 물어왔을 때 나는 제대로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3년 전 스물셋의 이미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졌던’ 한 여성이 아프리카로 향했다. 황량한 사막땅 수단에서 시작된 여행은 에티오피아 초원으로, 케냐로, 마다가스카르로 장장 10개월에 걸쳐 이어졌다. 이후 자신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삶과 마주하고 돌아온 주인공은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의 저자 조은수(26)씨.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삶의 문제로 방황하는 시기가 있다. 누군가는 타협하고 누군가는 떠난다. 조씨는 긴 머리카락을 짧은 스포츠 스타일로 잘라버리고, 돌아올 날도 기약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로 떠났다. 여행을 떠난 스물셋은 공교롭게도 오빠가 죽은 나이와 꼭 같은 나이였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외국에서 생활한 조씨는 중학교 시절 귀국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오빠는 암에 걸렸고,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치료를 거부했다. 순식간에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사춘기를 온전히 혼자서 앓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절망의 시기는 시작됐다.

“늘 재밌고 밝게 지낸 편이라서 오빠의 죽음 후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가까운 친구들조차 몰랐다. 얘기할 기회가 없기도 했다. 그 당시 너무 힘들어서 아프리카로 떠난 사실은 책을 내고 나서야 알리게 된 거다. 일종의 커밍아웃을 한 기분이다. 글쓰기는 또 하나의 치유 과정이었다.”

 

황량한 사막 땅 수단에서 시작된 여행은 에티오피아 초원으로, 케냐로, 마다가스카르로 장장 10개월에 걸쳐 이어졌다. ⓒ이정실 사진기자
황량한 사막 땅 수단에서 시작된 여행은 에티오피아 초원으로, 케냐로, 마다가스카르로 장장 10개월에 걸쳐 이어졌다. ⓒ이정실 사진기자

부모의 기대대로 살았던 그는 말 잘 듣는 평범한 딸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 따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왜 매일을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지 궁금했다”고 고백했다. 그에겐 ‘오빠는 왜 치료를 거부했을까’라는 풀지 못한 의문이 있었고, 아들을 잃은 부모로부터 쏟아지는 집중된 관심이 무거운 짐이었다.

모든 것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 문득 그를 이끈 생각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였다. 자신과 상관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휴학계를 써낸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삶을 제로로 돌리고, 가장 먼 땅 아프리카로 떠났다.

작열하는 태양, 도시를 삼켜 버린 모래바람, 아름다운 사막의 밤과 별,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그리고 그 위를 달리는 임팔라와 타조, 누 떼들이 그를 모험으로 인도했다. 위험한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성희롱은 애교 수준이다. 사기꾼 천국인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했고, 벌레에 물려 팔다리가 짓무르고, 감옥에 갇힐 뻔한 위기도 있었다.

오롯이 혼자란 사실이 홀가분할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한없이 고단하고 외로워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를 위로해준 것은 사람이었다. 부유한 집에서 자랐지만 거리낌 없이 더러운 나일 강에서 수영을 하던 무슬림 친구 이브라힘은 물론 에티오피아에서의 행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기꾼 나니와 랄리벨로조차 그의 여행을 풍성하게 했다. 그렇게 다양한 삶을 엿보며 자신의 삶에 대해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아프리카 사람을 만나면서 무서운 느낌보다는 이 사람을 알고 싶다는 궁금함이 컸다.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왜 사는 지가 궁금해졌다. 여행지에서 흔히 사기꾼이나 삐끼로 불리며 사람들이 멀리하는 부류도 그들만의 이야기와 삶이 있을 테니 궁금했다. 낯선 사람의 생각이 내가 생각지 못한 것이었을 땐 더 즐거웠다.”

조씨는 2013년 수단을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6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큰 위기를 여러 번 모면했지만 그 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을 여행했다. 무인도 노숙과 세일링 운전은 기본이었고 배 위에서 낚시를 하고, 마사이족 마을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 되기에 이르렀다. 

여행 초반, 처음 수단에 떨어졌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세상에 대한 반감만 가득했던 그는 여행이 끝날 즈음 “이상하게도 죽으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더 살아나기만 했다”며 “나는 여지껏 살아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죽는 것이 두려워져 버렸다”고 고백했다. 인생의 많은 것에 지치고 힘들 때 버릴 용기도, 떠날 용기도 쉽게 나지 않는다면 ‘스물셋 조은수’의 이야기를 권한다. 

 

아프리카로 출발할 때 그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아프리카로 출발할 때 그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