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맨스플레인’ VS 클린턴의 ‘스마일’
트럼프의 ‘맨스플레인’ VS 클린턴의 ‘스마일’
  • 박윤수 기자
  • 승인 2016.09.29 09:17
  • 수정 2016-09-29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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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의 냉정함, 준비성의 승리… 젠더 이슈는 아쉬워

토론 후 클린턴 지지율 상승… 투표율 연결은 미지수

 

미국 대선 제1차 TV토론 CNN 방송 캡처. ⓒyoutube.com/CNN
미국 대선 제1차 TV토론 CNN 방송 캡처. ⓒyoutube.com/CNN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최고의 맨스플레이너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 같았다.”

지난 9월 26일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 토론이 끝난 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비치매거진’의 평가다. 미국 대선 첫 성 대결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첫 TV 토론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대선 토론에 참여한 첫 여성 주자로 기록됐다. 이로써 또 하나의 ‘성별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TV 토론에 대한 미국 여성 언론의 반응을 살펴봤다.

트럼프, 맨스플레인 전형적 특징 보여줘

도널드 트럼프는 토론 초반 25분 동안 26번이나 끼어들 정도로 클린턴의 발언을 방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페미니스트 웹진 ‘비치매거진’은 “상대 여성의 말 끊기, 대화 질질 끌기,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권위자처럼 떠들기 등 맨스플레인의 전형적인 특징을 총체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성뉴스 사이트 ‘제제벨’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던 90분”이라며 “마치 수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수에 다녀오는 미션처럼 느껴졌다”고 비꼬았다.

트럼프의 과장 화법에 대응하는 클린턴의 방식은 ‘팩트’와 냉정함, 그리고 미소였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옹호, 기후 변화는 중국이 만들어낸 거짓말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소문은 클린턴이 2008년 민주당 경선 당시 퍼뜨린 것이라는 등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가져와 따져 물었다. 아버지에게 돈을 조금 빌렸다고 했지만 사실은 1400만 달러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폭로했다. 토론 도중 트럼프는 몇 번이나 화를 내며 자리를 뜨곤 했지만 클린턴은 조용히 미소를 띤 채 기다렸다. 또 선거 캠페인 사이트에서 트럼프 발언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팩트 체크’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비치매거진은 “두 사람의 토론 모습은 많은 여성들이 교실이나 직장, 일상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겪어온 일”이라며 “클린턴의 방식에 찬성하는 지와는 별개로 여성들이 남성의 ‘맨스플레인’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첫 남녀 대선 토론서 젠더 이슈 실종

미즈블로그는 “이날 토론에서는 뉴욕시의 불신검문(Stop&Frisk) 정책, 도널드 트럼프의 파산 역사 그리고 힐러리의 외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슈가 등장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 하나가 빠졌다. 바로 낙태 합법화 문제”라며 “토론에 등장한 질문은 경제와 전쟁 등 남성 중심적인 주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토론 도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진행자에게 낙태 관련 질문을 하도록 요청하는 #낙태에대해질문해(#AskAboutAbortion)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토론이 끝날 때까지 낙태 문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여성뉴스 사이트 ‘위민인더월드’도 토론 막바지까지 젠더 이슈가 등장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성차별 발언은 공격을 받았다. 사회자 레스터 홀트 앵커가 9월초 트럼프가 “힐러리는 대통령의 얼굴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에 해명을 요구하자 트럼프는 “대통령 직을 수행할만한 스태미나가 없다는 의미였다”며 말을 돌렸고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출장 스케줄을 들며 반박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1996년 미스 유니버스인 베네주엘라 출신 알리시아 마카도를 ‘돼지’(Miss Piggy) 등으로 부른 것을 비난했다.

 

구글 트렌드에서 분석한 제1차 TV토론 이전(사진 위)과 이후의 후보별 선호도 비교. ⓒtwitter.com/GoogleTrends
구글 트렌드에서 분석한 제1차 TV토론 이전(사진 위)과 이후의 후보별 선호도 비교. ⓒtwitter.com/GoogleTrends

클린턴의 ‘판정승’… 지지율도 앞서

이날 토론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의 판정승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토론 직후 CNN의 전화 설문조사에서 클린턴이 더 잘했다는 의견은 62%로 트럼프의 27%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이틀 후인 28일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지지율은 41%을 기록해 트럼프의 38%를 앞섰다. 토론 직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가 1%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토론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토론 전후 구글 트렌드의 선호도 분석 결과에서도 클린턴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투표까지 반영될 지는 10월 9일 펼쳐질 제2차 TV토론을 본 후에야 확실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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