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룸살롱’으로 대표되는 유흥주점은 유흥과 접대를 위한 대표적 공간이다. 유흥접객원 종사자는 13만9904명이고 이들에게 한 해 동안 지급된 총금액은 1조9151억5000만원이나 된다. 유흥과 접대로 곪을 데로 곪은 부패한 남성권력사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부녀자만을 유흥접객원으로 두도록 하며, 접대에 동원하는 여성을 성매매로 착취하는 악습도 뿌리뽑아야 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성매매 근절 운동을 해온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가 성매매방지법 제정 12주년을 맞아 여성혐오로 연대하는 유흥주점의 모든 것을 짚었다.

 

노래방과 텐프로, 쩜오, 사회고위층의 밀실서 이뤄지는 남성연대

그 현장에서 유흥·접대 위해 존재하는 그녀들, 성매매 여성

 

유흥주점 기업화, 대형화 속 성매매 합법적 영업인양 은폐돼

기업간 접대는 검사-스폰서 관계처럼 부패와 불공정의 모든 것

 

제3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만 동일한 직업군이다.

중년의 미시부터 연예인급 여성까지

그들이 있는 장소는 노래방과 텐프로, 쩜오 그리고 사회고위층의 밀실이고, 때때로 남성의 요구로 집과 야외 장소로 불려나오기도 한다. 저렴하지만 충실한 서비스를 해주는 중년의 미시부터 도도함을 일종의 컨셉으로 내세우는 젊은 여성 그리고 고위층만을 상대하는 연예인급으로 묘사되는 여성들까지 다양하지만 그녀들은 한결같이 남성사회 연대와 공모를 위한 현장에서 유흥과 접대를 위해 존재한다. 또한 남성들이 원하는 주 서비스 내용은 성매매다.

대한민국, 이 땅에서 ‘성매매’ 없는, ‘성매매 여성’이 없는 ‘유흥’과 ‘접대’를 상상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의 재현에서 유흥과 접대를 제공하는 여성들의 존재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유흥과 접대가 이뤄지는 장소는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남성사회 권력과 연대를 나누는 모든 장면에 필수적 요소였다. 최근의 영화 ‘내부자들’과 ‘베테랑’ 같은 영화 뿐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를 아우르는 대표적 영화들에 이것은 전면적이든 부차적이든 매우 주요한 사건의 맥락을 보여주는 장소로 묘사됐다. 현실 세계의 뉴스에서도 타락한 권력이 개입되는 사건과 사고에 이 장소가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강준만은 2011년에 낸 『룸살롱 공화국』이라는 저작에서 이를 “부패와 향락, 패거리의 요새, 밀실접대 65년의 기록”이라 쓰고 있다. 여기서 강준만은 해방정국 이래로 ‘요정’과 ‘룸살롱’으로 이름만 바뀌면 그대로 이어져온 유흥과 접대문화의 시대사를 보여준다. 이 책의 한 장은 “‘룸살롱이 법정’인 나라”가 제목이다.

이는 고스란히 2010년 4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3편까지 제작된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편을 통해 낱낱이 까발려진 바 있다. 2011년 이 사건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모아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단행본도 간행됐다. 제목처럼 요란을 떨며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이들은 “진실 은폐에 신명을 다한” 꼴이 되고 말았다.

매우 낯익은 내용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 실제 인물의 이름만 바꾸었을 뿐 제목과 내용을 그대로 대입해도 될만큼 닮은 꼴이다. 검찰 내에서도 실세인 인물이 부끄러움 없이 유흥과 접대를 받고 그리고 제대로 된 진실규명은 석연치 않은 상황까지 그렇다.

성매매 업소 3분의1이 유흥주점

한국적 상황에서 유흥과 접대는 성매매를 일상화시키는 가장 큰 토대다. 2013년 여성가족부가 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된 전국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성매매 업소 알선업체의 추정치는 4만4804개소였고, 그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 유흥주점업으로 1만2654개소였다.

유흥주점업의 성매매 알선 비율은 42%인데 여성들의 증언이나 일반 시민들의 인식에서 유흥접객원이 있는 업소는 2차를 통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법적으로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도우미 등을 불러 영업하는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조차 성매매를 가능한 곳으로 생각한다. 여성이 유흥을 위해 접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곧 성매매도 포함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유흥과 접대로 대표되는 한국의 성매매 산업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은 여러 수치를 비교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2012년 기획재정위 안민석 의원에 의하면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 추이는 경기침체기에도 오히려 계속 상승해 2006년에 5조7482억원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8조3535억원이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미생’에서 영업팀 사원들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상의 유흥주점을 예약하고, 접대할 여성까지 미리 섭외하며 이 접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론 2차인 성매매를 준비시키는 것까지 포함해서다. 기업 접대는 ‘을’이 ‘갑’에게 하는 것이다. 유흥주점에서 이뤄지는 기업간 접대 또한 검사와 스폰서처럼 부패와 불공정의 모든 것이 된다. 이러한 접대는 기업 활동의 필수요소가 되어 작은 기업이 큰 기업에게, 기업이 공권력에게 상납하는 부당한 거래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여수시 학동 모 유흥주점 앞에서 여수 유흥주점 여성 뇌사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여수유흥주점 여성사망사건 광주지방여성변호사회법률지원단 소속 회원 80여명이 추모식을 갖고 헌화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여수시 학동 모 유흥주점 앞에서 여수 유흥주점 여성 뇌사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여수유흥주점 여성사망사건 광주지방여성변호사회법률지원단 소속 회원 80여명이 추모식을 갖고 헌화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찰이 왜 유흥주점 단속 안 하느냐고?

유흥주점에서 탈성매매하려는 여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은 다른 성매매 업소에서 나올 때보다 높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규모가 크고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흥주점들은 고객이 곧 업소의 뒷배경이 된다.

이들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15년 말 여수 유흥주점에서 업주에 의해 사망한 여성사건 같은 경우 손님으로 여수시청 공무원과 경찰청의 팀장급 간부까지 있었고, 2011년 성매매여성 10여명 이상이 연달아 자살해 ‘포항괴담’이라 불리운 포항 상도동의 유흥주점 집결지 업주들은 경찰과 상시적으로 골프를 치는 등의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 드러났다.

모두 사건 과정에서 철저히 은폐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함께 일했던 여성과 유가족들의 증언과 여성단체 등의 적극적 활동으로 어렵게 진실이 드러났다.

2015년 말 대구의 가장 화려한 유흥주점들이 밀집해 있는 수성구의 한 업소에서 나온 여성 2명은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사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대부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마침 인사이동으로 바뀐 담당 검사는 이를 재수사하고 모두 법정에 세웠다.

유흥주점은 성매매 알선 업종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대표적 업종이지만 경찰은 수사를 힘들어한다. 자본을 바탕으로 지역 유지로 행세하고, 협회 등 업주간 모임을 통해 힘을 과시하고 권력층과 대놓고 친분을 과시하는 이들을 수사하는 것은 지금의 경찰 시스템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화, 대형화돼 있는 유흥주점들의 성매매 알선 행위는 합법적 영업임을 내세워 은폐된다. 때문에 경찰은 유흥주점의 성매매 알선을 당연히 인지하면서도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성역화한다. 게다가 검찰은 스폰서와 함께 유흥주점의 주고객이 돼 각종 미디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한국은 법으로도 이러한 여성들의 존재를 명문화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시설로 ‘유흥주점’을 규정하고,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돼 있다.

한국사회의 독특한 영업 형태인 속칭 ‘룸살롱’으로 대표되는 유흥주점은 유흥과 접대를 위한 대표적 공간이다. 보건복지부 ‘성매개감염병 및 후천성면역결핍중 건강진단규칙’은 식품위생법의 유흥접객원과 티켓다방 종업원, 안마시술소 여성종업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대상자들은 매독, 임질 같은 성병을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자들이라며 의무적으로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유흥 아닌 여흥, 접대 아닌 환대로

국가적 관리 하의 공창 관리와 같은 방식의 ‘성매매’를 인정하는 구시대적 유물을 우리는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에 의해 ‘특수업태부’라 불리우는 성매매집결지 여성에 대한 공식적 성병검사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성매개감염병 및 후천성면역결핍증을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다고 인정하는 영업장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성병 검사를 국가가 실시하도록 해서 일부 지역에서는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성병 검사를 여전히 하고 있다.

물론 어차피 하고 있는 것이니 안전을 위해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성매매 실체와 성병 검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실시되는 것일까.

부녀자만을 유흥접객원으로 하는 조항에 대해 매우 전근대적이며 성차별적이라는 이유로 2011년 보건복지부가 ‘부녀자’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안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를 호스트바 등의 영업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유흥주점영업의 유흥종사자 실태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는 성매매를 근절하고 유흥문화를 건강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유흥접객원을 삭제하는 것이 이상적인 안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티스, 웨이터, 밴드 악사 등 유흥접객원 종사자는 13만9904명이고 이들에게 한해 동안 지급된 총금액은 1조9151억5000만원으로 파악됐다(2011년 발표). 이러한 수치를 감안할 때 쉽사리 유흥접객원이 없는 유흥과 접대를 상상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또 주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유곽과 함께 유흥주점의 전근대적 모습은 한국에 이식됐다. 이후 전쟁과 경제발전기를 거치며 특히 일본 등에 대외의존적이던 경제는 갑질에 휘둘리며 조아려야 하는 유흥과 접대문화를 만들었다. 그건 분명 우리를 위한 유흥과 접대가 아니었다. 비굴하고 수치스러움을 견뎌야했던 건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 민초들의 상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당시의 독재 정부는 자신들의 정치적 불의를 덮기 위해 “이제 너희들도 즐길 수 있어”라는 악마의 속삼임으로 남성 일반을 이러한 성적 착취의 공모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과연 누가 누리고 즐기는 자인가.

일방적으로 하나의 성별에 차별의 딱지를 붙이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든 사회에서 차별할 권리를 가진 또 다른 성별은 자신들 내부의 더 큰 계급적 착취를 지워버린다. 그리고 자신들의 불행을 전가할 대상에 분노를 퍼붓는다. 돈으로 여성의 몸이 거래되는 유흥과 접대는 결국 자본이 있는자, 돈이 있는 자의 일방적 게임 속에 놓이게 된다. 다시 소설 『댓글부대』로 돌아온다.

권력에 붙어 이익을 나눠 먹을 줄 알았던 3명의 남성은 함께 연대하고 공모하며 여성의 몸을 소비하고 착취하지만, 결국 가진 것 없는 몸들은 그 게임 안에서 서로를 소외시키고 가진자들의 조종아래 춤추고 있을 뿐이다.

유흥이 아닌 여흥으로, 접대가 아닌 환대로 서로 만나 나누는 일을 상상하자. 이 사회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입장은 가져야 한다. 지금의 현실이 이토록 문제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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