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태W위기경영포럼 강연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삼성의 글로벌 마케팅은 진화 중”

지금은 절대가치·경제경험의 시대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이정실 사진기자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이정실 사진기자

“이 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상품화되고 포장된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브랜드 파워나 밸류에 의해 구매하지 않는다. 상대적인 가치보다 제품과 브랜드의 절대적인 가치,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는 지송하 상무는 9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아태W위기경영포럼’에서 ‘디지털시대 글로벌 마케팅’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글로벌 마케팅 과정과, 고객 경험 창출에 집중한 실제 캠페인 사례들을 소개했다.

지 상무는 아태W위기경영포럼 두 번째 강연을 시작하며 “위기라는 단어는 삼성인에게 익숙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10년 당시 최고경영자가 ‘향후 10년 이내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모든 제품들과 사업군들이 없어질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처음 위기라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고 이후 매년 위기경영이라는 말씀으로 화두를 던졌다”며, 이제 임직원들은 위기가 아닌 해가 언제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기업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나아가 새로운 시대는 디지털혁명, 4차 산업혁명, 정보과잉시대, 초연결시대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 위기를 정면 돌파 중인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담당자로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행했던 도전의 과정을 소개했다.

지 상무는 삼성의 글로벌 마케팅의 진화 과정은 단순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넘어서 "선망받는 브랜드(aspirational brand)"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의 진화 과정은 3단계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마케팅 전략 1기는 1999~2004년 삼성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행한 단계로, 2001년 외국에서 광고를 통해 삼성이란 이름을 알리는 목적이었기에 실제 동영상 광고에서 삼성이라는 말을 세뇌시키는데 집중했다.

마케팅 전략 2기는 2005~2012년 삼성이라는 이름을 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후 삼성 브랜드를 좀 더 좋아하고 빠져들게 만들게 하기 위한 고민을 했던 때였다. 이제 각국별로 소비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케팅을 설계했다. 실제로 대영박물관 등에서 삼성제품을 활용해 예술 작품 안내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하고,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콘텐츠인 음식을 앞세워 셰프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케팅 전략 3기는 2013년 이후 현재 진행 중으로 리더십 구축의 단계로 정의했다. 소비자가 삼성 브랜드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열망하게 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됐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좀 비싼 가격이라도 지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 상무는 이 같이 열망하게 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글로벌 마케팅 과정과 브랜드 전략을 관통하는 화두를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 설계의 근거로는 이 시대를 정의하는 이론 중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시몬슨 교수의 ‘절대가치의 시대’와 저술가 조셉파인의 ‘경제경험의 시대’를 토대로 삼았다. 또 밀레니얼 시대의 75%는 선호하는 브랜드가 나와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더 나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덧붙였다.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이정실 사진기자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이정실 사진기자

삼성이 담아내고자 하는 ‘진정성’은 다시 내재적 진정성, 체험적 진정성, 사회적 진정성 등 3가지로 구체화했다. 진정성의 각 개념을 어떻게 실현하고 노력해왔는지에 관한 실제 마케팅 사례도 이어졌다.

내재적 진정성은 우리는 누구이고, 삼성이 무엇을 하는 회사고,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혁신이고,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2012년 당시 정립했다. 이와 관련한 캠페인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꿈을 이루는데 돕기 위해 삼성이 개발한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있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했다.

체험적 진정성은 특별한 체험을 통해 공유된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하탄에 운영 중인 삼성837센터가 대표적이다. 제품 판매나 전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환경을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요가 수업, 콘서트 등으로도 공간을 활용하며 뉴욕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진정성은 IT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스마트스쿨이라는 교육시설을 저개발국에 설립해 빈부격차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IT기술로 평등한 교육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주는 게 아니라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 2만3000여개를 설립해 계속 확산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의 협력을 돕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 상무는 “진정성을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재차 설명했다.

지 상무는 이런 마케팅 노력의 결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삼성 TV 제품은 65개국에서 판매 1위(세계시장 점유율 31%)를, 스마트폰은 51개국 매출 1위(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했다. 또 브랜드 평가에서 2002년 당시 34위였으나 2015년 7위를 달성했다. 칸 광고제에서는 올해 처음 마케터상도 받았다.

그러면서도 지 상무는 “늘 위기경영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하지 않다고 자각하고 있고 안도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급변하는 디지털 소비자와 시장을 향한 예리한 시선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현장에서 치열하게 무한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삼성의 빠른 기술혁신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중소기업의 경우 시차가 있어서 가끔식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 상무는 “스피드”라고 대답했다. “삼성의 스피드는 다른 기업보다 6배 이상 빠른 것 같다. 내부 소통은 물론, 의사결정 속도도 빠르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기술 구현이 가능한 게 우선이었지만, 2003년 무렵부터 전략이 바뀌어서 소비자를 먼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7개국에 소비자 트랜드와 기술을 미리 연구하는 연구소를 세웠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삶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 소비자의 인식도 높아졌고, 마케팅 방법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삼성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질문자는 한국 5000만 국민이 삼성에 진정성을 느끼고 삼성을 스스로 홍보하게 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지 상무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마케팅을 해오면서 ‘또 하나의 가족’ 등 슬로건을 각인함에 따라 점차 해외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한국에서 보다 더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꾸준히 많은 사회봉사와 활동을 해왔으며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내부에서 조용히 진행해왔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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