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의 산, 박근혜의 산,

지역주의의 산,

조직 유혹의 산,

시대정신의 산

진짜 대선서 승리하려면

다섯 개의 산을 넘어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추석을 전후로 유력 대권 후보들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내년 1월에 귀국하겠다”면서 사실상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2014년 7월에 정계를 은퇴한 후 2년여 동안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강진에서 불러일으킨 개혁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면서 정계 복귀를 거듭 시사했다. 그는 “제가 무엇이 되는지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추석 연휴 이후 대선 싱크 탱크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은 “양 극단 세력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없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역대 대선을 보면 대선 전해의 추석 민심이 1년여 남은 대선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 미터가 되곤 했다.

가령 2006년 추석 직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안보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제압하면서 결국 대권을 차지했다. 한국갤럽의 9월 2주 조사(6∼8일) 결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27%로 1위를 차지했다. 반 총장은 6월 26%, 7월 27%, 8월 28%로 지지도가 20% 후반의 안정세를 보이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6월 16%, 7월 16%, 8월 16%, 9월 18%로 10%대 후반의 지지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6월 10%, 7월 11%, 8월 8%, 9월 8%로 한 자리수로 지지도가 추락했다.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반기문 대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기문 대세론’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국 대선에서 1위를 유지하다가 승리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뿐이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그만큼 대세론은 허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이 현재의 높은 지지도를 토대로 진정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검증의 산이다. 반 총장은 높은 인지도와 깨끗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 경험이 없고 전력이 검증되지 않은 약점이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10년간 변한 한국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는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반 총장은 강력한 권력 의지를 토대로 언론과 야권의 혹독한 검증을 견뎌내야 한다.

둘째, 박근혜의 산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이 내미는 꽃가마를 타고 대권을 얻으려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현재 반 총장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 요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변화의 핵심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것인데 친박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이룩하겠다고 하면 감동이 없다.

셋째, 지역주의의 산이다.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JP)전 총리는 “(반 총장을)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JP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결심대로 하되 이를 악물고 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런데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충청 대망론’에 기대는 것은 자기부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충청과 TK지역 연대를 통해 승리하겠다는 발상은 하책이다.

넷째, 조직 유혹의 산을 넘어야 한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 경험이 적고 정치 조직이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급하게 조직을 만들고 반개혁적인 구태 인물에 둘러싸일 경우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시대정신의 산이다. 반 총장은 AP 통신 인터뷰에서 “임기 후 남북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분명 평화통일, 국민통합, 양성평등 실현, 정치정상화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이룩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정신이다. 만약 반 총장이 이런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현재 권력에만 의존해 대권을 차지하려면 오산이다. 현 시점에서 반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대세론은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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