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여성학·젠더’ 도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8%↑

 

『나쁜 페미니스트』부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속속 진입

 

서점가에 페미니즘 열풍 분 배경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단이 된 혐오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혐오 논쟁은 비록 소모적인 대목이 없지 않지만 건강한 사회로 진일보하기 위한 하나의 성장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서점가에도 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함의를 만들고 있다. 지난 9월초까지 여성학·젠더 분야 책은 대략 100여 종이 출간됐다. 판매량도 만만치 않게 늘었다. 1월부터 7월까지 알라딘의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 증가했고, 예스24의 ‘여성·페미니즘’ 분야는 114.7% 증가했다. 해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과거의 페미니즘 책들이 아니다.

판매량이 증가한 만큼 페미니즘 책들이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의 경우 9월 20일 현재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가운데 『나쁜 페미니스트』가 2위,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10위에 올라 있다. 예스24 ‘사회정치’ 분야도 베트스셀러 7위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올랐다. 알라딘의 경우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중 『나쁜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각각 2위와 3위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9위에 올라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의미는 있지만 팔리지 않는’ 아이템이었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의 화려한 비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페미니즘 관련 책들의 주요 독자는 20대 여성이다. 언론에 따르면, 예스24에서 여성학 분야 책을 산 여성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33.2%였다. 지난해 14.1%에 비하면 괄목할 성장세다. 교보문고 역시 같은 기간 지난해 29%에서 35.4%로 늘어났고, 알라딘은 여성학·젠더 분야 독자층 가운데 47.2%로 20대가 대세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높아진 관심사가 큰 이유겠지만,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여전히 뿌리깊다는 방증이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20대 여성 독자들 외에도 다양한 연령층이 관련한 책을 찾고 있다. 요즘 페미니즘 책들이 딱딱한 이론서를 탈피해 여성과 남성이 흔히 겪을 수 있는 현실을 짚어내면서 친근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책이 『여자다운 게 어딨어』다. 저자 에머 오툴은 영국 지상파 채널 ITV의 ‘디스 모닝’에 출연해 18개월 동안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당당히 뽐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페미니스트다.

그는 남장, 삭발, 제모 거부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여자다움’을 요구하는지 질타한다. 이는 각종 차별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영역에서 벌어지는 엄연한 실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땅한 주장을 담고 있지만 소수의 이데올로기였던 페미니즘이 이제 이론의 장막을 걷고 나와 우리 모두의 생각으로 확장된 것이다.

새로운 감각의 페미니즘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 중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책은 여성학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이다.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스테디셀러 10위다. 알라딘은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가 사회과학 분야 스테디셀러 1위이고, 정희진의 책은 4위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페미니즘이 여성 현실을 고발하고 투쟁하는 차원을 넘어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유색 인종, 성판매 여성 등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까지 대변하며 여성주의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일상은 물론 예술작품, 가정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 현상을 분석하며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스테디셀러는 이론적 배경과 현실적 맥락을 두루 짚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책들의 선전은 반갑다. 건전한 논쟁이 사회적 함의와 담론을 만들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혐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하나의 열쇠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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