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로 물든 세상 타오르는 '불꽃페미액션'
여성혐오로 물든 세상 타오르는 '불꽃페미액션'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6.09.20 01:57
  • 수정 2016-09-20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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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⓸ 

[인터뷰]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계기로 기자회견·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

“여성해방 위해 힘써온 ‘언니들’ 더 많이 만나고 싶어”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불꽃페미액션이 5월 말 강남역 일대에서 연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행진 풍경. ⓒ불꽃페미액션 제공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불꽃페미액션이 5월 말 강남역 일대에서 연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행진 풍경. ⓒ불꽃페미액션 제공

“우리도 ‘기자회견녀’라고 보도할 겁니까?”

지난 7월 1일,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중재위원회 앞에 선 20대 여성들이 외쳤다.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이 언론의 성차별적 보도 관행을 비판하려 연 기자회견이었다. 강력범죄 사건에 연루된 여성을 ‘화장실녀’ ‘노래방 살인녀’ 등 ‘OO녀’로 호명하고, 가해자의 사연을 감성적으로 다룬 보도가 횡행하던 때였다. 불꽃페미액션은 이러한 보도가 “불필요하게 피해자의 성별을 밝히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생산하며 가해자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기자회견,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난 5월 말, 이들은 강남역 일대에서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행진을 열었다. 여성 피해자에게 ‘왜 밤늦게 유흥가에 있었느냐’ ‘무슨 옷을 입었느냐’ 등을 추궁함으로써 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여성을 위축시키는 사회 통념에 맞서는 퍼포먼스였다. 시민 100여 명이 동참했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여성 차별·폭력 규탄 1인 시위, 여성이 겪어온 폭력·차별 경험을 말하고 연대하는 행사도 열었다. 지난 6월엔 겨드랑이 털을 불편해하는 사회적 시선에 맞서고,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자며 ‘천하제일겨털대회’를 열어 주목받았다. 지난 2일엔 “페미니즘 운동의 올바름을 운운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럼 우리는 가짜 페미니스트다!’ 라고 외쳐 보”자며 토크쇼 ‘가짜 페미니스트 파티’를 열었다.

시작은 지난 3월 결성된 ‘불꽃여자농구단’이었다. 취미로 농구를 즐기던 여성들은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여성으로서 느끼는 모든 폭력과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농구를 하면서 세상의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대해 말해왔는데 ‘입페미’로만 남을 수 없었기도 했고,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5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제대로 된 여성혐오 폭행·살인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에게 F학점을 주는 퍼포먼스 와 더불어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여성혐오범죄로 인정하고 재수사할 것, 여성혐오범죄 분야를 신설할 것,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연구를 촉구했다.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5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제대로 된 여성혐오 폭행·살인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에게 F학점을 주는 퍼포먼스 와 더불어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여성혐오범죄로 인정하고 재수사할 것, '여성혐오범죄' 분야를 신설할 것,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연구를 촉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불꽃페미액션의 활동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었지만, 동시에 많은 남성들의 반발을 샀다. ‘과격하다’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었고, 이들의 퍼포먼스 사진이 온라인상 유포되며 개개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강간해 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등 협박도 무더기로 올라왔다.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였지만, 이들은 함께 분노하고 연대하면서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초반에는 서로를 토닥이면서 “이런 것쯤이야”, “힘들지만 우리 잘 해보자”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몇몇 사람들에겐 많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카메라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는 친구도 생겼고, 혼자 있을 때는 사실 많이 외롭고 불안해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 엠티도 가고 서로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던 게 정말 소중했던 것 같아요. 투쟁도 투쟁이지만, 서로를 잘 챙기는 게 1순위래도 과언이 아니죠. 이런 과정과 돌봄의 노력이 없는 싸움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근 넥슨의 김자연 성우 부당 교체 사건을 필두로,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남성혐오자’로 낙인찍혀 사회적 압박을 받거나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불꽃페미액션은 지금은 “한국 사회의 여성주의 운동이 시민권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경계심은 남성 중심적 특권들을 위협할 만큼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멀리 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봤다. 남성들의 거센 반발은 약자인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남성중심사회에서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메갈리아’의 언어가 과격했던 것은 기존의 여성혐오 문화와 언어가 그만큼 폭력적이고 과격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혐오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원본’을 성찰하라는 의미인데, 성찰하고 약자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방어하려 하니 ‘남성혐오도 나쁘다’고 말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기존 남성중심문화가 익숙한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특권을 방어하기 위해 ‘남성혐오’를 부풀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여성혐오는 기득권자들의 약자에 대한 구조적 멸시이지만, 이른바 ‘남성혐오’(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는 멸시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감정이며 둘의 층위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여성들의 삶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그 감정을 해소하고 타협과 화해의 감정으로 나아가는 시작이 아닐까요?”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2일 서울 시청역 NPO지원센터 강당에서 토크쇼 ‘가짜 페미니스트 파티’를 열었다. ⓒ불꽃페미액션 제공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2일 서울 시청역 NPO지원센터 강당에서 토크쇼 ‘가짜 페미니스트 파티’를 열었다. ⓒ불꽃페미액션 제공

불꽃페미액션은 농구와 줌바 댄스 모임 외에도 집담회, 페미니즘 영화 상영회, 여성운동사 공부 모임 등 여러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페미니즘과 불꽃페미액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전부터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이야기해오고 여성주의를 말해온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여성주의를 위해 힘써온 많은 ‘언니’들을 만나고, 또 앞으로도 여성해방을 위해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면서 불꽃페미액션의 활동을 유쾌하게, 신나게, 거침없이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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