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정성훈 교수팀, 모유은행 기증 모유 분석

저온살균 모유 12.6%서 세균 검출...바실러스균 추정

일부에선 폐렴 바이러스 일종 ‘사이토메갈로’ 검출

대학병원 모유은행에 기증된 모유 중 일부에서 세균·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팀이 모유은행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기증된 모유 1724건을 분석한 결과, 저온 살균된 모유 1173건 중 148건(12.6%)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12일 밝혔다. 정 교수팀은 “오염된 세균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밝히진 못했지만 대부분은 바실러스 세균(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균)인 것으로 보인다”며 “우유에 들어 있는 것과 달리 모유에 바실러스균은 찾아보기 드문 오염 물질”이라고 밝혔다.

저온 살균 이전에 검사한 모유 427건 중 224건(52.5%)에서는 사이토메갈로(cytomegalo)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는 폐렴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임신 32주 이전에 태어난 이른둥이나 초저체중아(1.5㎏미만)는 간 장애나 점상 출혈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은 국내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유일한 모유은행이다. 지난 8년간 이 병원 모유은행에 모유를 기증한 산모는 916명, 기증된 모유량은 1만820ℓ이며 이 중 542ℓ가 가공 처리됐다. 지금까지 총 836명의 신생아가 이 병원 모유은행에서 모유를 제공받았다. 모유 제공 요청 이유는 ‘아이가 미숙아여서’, ‘산모의 모유가 부족해서’ 등이었다. 

정 교수팀에 따르면, 한국에선 다른 나라와 달리 모유 세균 검사를 저온 살균 처리 이후에만 한다. 비용·전문 인력 부족 등이 그 이유다.

국내에선 모유은행 설립이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다 보니 경영 악화로 폐업한 곳이 많다. 모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제공되기도 한다. 지난 7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모유은행을 설치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정 교수팀은 “모자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모유수유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모유은행도 혈액은행과 같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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