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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25일에 일본 도쿄 아동회관에서 열린

전국 셀터네트 대회에서 각 셀터 대표들이 자신들의

활동 상황을 소개했다.

일본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문제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에 열린 북경 여성대회 이후다. 90년대에 들어 민간이나 공공전화 상

담 또는 여성센터의 일시 피난처(셀터) 등의 이용자 중에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상당수 있어 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문제로 인식

됐으나 사회문제화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속에서 성희롱을 ‘섹슈얼 허래스먼트(Sexual Harass-ment)’라

는 말로 사회문제화 시키는 계기를 만든 여성단체가 이 문제에도 ‘도메스

틱 바이오렌스(Domestic Violence)’라는 말로 사회문제화하기 위해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1992년의 이 조사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향한 움직임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 조사는 아내에 대한 폭력은 학력이나 수입·직업에 상관없고, 남편(또

는 애인)의 아내에 대한 폭력이 경제적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일어난다든가

보통 생활을 못하는 가정에서 일어난다는 고정관념을 깬 귀중한 조사가 되

었다. 또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으로부터의 여성에대한 폭력을

‘Domestic Violence’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남편이나 애인 같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도메스틱 바이오렌스/DV’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미 가정내 폭력이라 하면 청소년의 부모에 대한 폭

력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속에 널리 정착돼 있다. 77년에 부모에 대해 폭력

을 행사한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 사건(사립 명문 가이세이 고등학교 사건),

79년 명문 고교생의 할머니 살인사건, 80년 재수생의 부모 살인사건 등으로

청소년의 부모에 대한 폭력이 빈번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해서 일본에서는 청소년의 부모에 대한 폭력을

가정내 폭력이라 부르고 있다. 아내에 대한 폭력도 가정내 폭력의 한 형태

이지만 이 말은 이미 앞서 언급한 대로 다른 개념으로 쓰이고 있었기 때문

에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않아 보이지 않았던 폭력에는 새로운 용어를 필요

로 한 것이다.

남자친구에 의한 폭력행위도

‘가정폭력’ 규정

일본에는 남편이나 애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의 보호시설인

셀터(Shelter)가 전국에 20개 정도 있다. 그 중 9개 셀터로 구성된‘전국 셀

터 네트’의세번째 모임인 전국 대회가 지난 6월24일과 25일 도쿄에서 열렸

다.

이 대회는 셀터 네트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행정 복지관계자, 경찰, 병원

관계자, 국회의원, 교수, 학생, 법률관계자, 폭력 피해여성 등 다양한 인사들

이 이틀 동안 1200명 참가해 서로가 직접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귀중한 기회

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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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일본 전국 여성셀터네트가 주최한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폭력 근절을 향한 심포지엄’이 도쿄 아동회관에서 열렸다. 미국의 Martha Fridav 씨 강연을 들은 후 ‘내 삶은 내 것 - 지금 여성이 손에 넣고 싶은 안전의 자유’라는 주제로 작가 모리사끼 카주에 씨, 변호사 츠노다 유끼꼬씨, 정신과의사 이나가와 미야꼬 씨가 발표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논의된 내용을 담은 요망서를 결의, 관계기관에 제출했

다. 마루야마 씨(feminist therapy center)는 요망서 제출을 올해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요망서에는 1)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 조기 제정

실현 2)‘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에 명기할 내용 3)위기센터 설치 및 가

해자에 대한 조치와 처벌 등을 담은 구체적인 시책 등이 언급되어 있다.

요망서는 국회의원, 총리부, 후생성, 경찰청에 직접 제출됐다.

이처럼 셀터 네트가 폭력 없는 사회를 말들자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7

년. 그 후 1998년 삿포로에서 첫 심포지엄을 열었고 작년에는 니이가타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을 초청해 두번째 모임을 가지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왔다.

총리부 폭력실태 조사에

4백만엔 투입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1997년에는 지자체 중 도쿄가 처음으로 무작위

추출법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실태와 의식 조사’를 했고 1999년에는

총리부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남녀간의 폭력에 관한 조사’

를 했다.

일본에서는 이 2∼3년 동안에 지방자치단체나 나라에서 실태 파악을 하려

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도쿄도 조사에서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피해경험이 있는 여성은 ‘여러

번 있었다’와 ‘한두 번 있었다’를 합해서 33.3%로 나타났다. 정신적인

폭력은 55.9%, 성적인 폭력은 20.9%로 나타났다. 이로써 폭력 경험이 높게

나타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해 관계자 뿐만 아니라 매스콤에서도 주목

을 받았다.

총리부가 한 전국조사는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의 폭행을 당한’ 여

성이 4.6%, ‘의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도의 폭행을 당한’ 여성이 4.0%

가 되어 같은 항목의 남성 0.6%, 1.2%에 비해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의사의 치료가 필요없는 정도의 폭행을 당한’ 여성도 14.1%이며 남성

3.5%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전국적인 폭력 실태 파악과 더불어 남녀 비교

로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높은 비율로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총리부는 올해 피해/가해 실태에 대해 사례 조사를 할 예정이며 그

예산으로 400만엔을 계획하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들 프로젝트팀 구성

법안 마련에 초당적 협력

올해 5월에 ‘스토커 행위등 규제에관한 법률’과 ‘아동 학대 방지법’

이 잇따라제정되었으나 아직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법률은 없다. 셀터

네트 전국대회 분과회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DV 방지법’을 주제로 콘도

케이코(여자 스페이스 온 대표) 씨는 앙케이트 결과를 기조로 보호명령 등

을 포함한 DV 방지법안의 골자에 대해 설명했다.

국회 여성의원 도모도 씨는 초 당과 여성 국회의원들 6명으로 여성에 대

한 폭력에 관한 프로젝트팀을 구성했고 입법을 향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

면서 여성들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사민당도 독자적으로 전문가 인터뷰를

해서 법안을 만들었고 JCLU(사단법인 자유인권협회)도 도메스틱 바이오런

스 방지법안을 만드는 등 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금 일본에선 실효성 있는 관련법안을 만드는 일에 여성단체나 민간단체

가 힘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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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끼 노리꼬/ 일본 통신원, snoriko@bks.rikkyo.ne.jp

릿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가족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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