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

교섭단체 연설

 

겉은 그럴듯한데

자기 성찰이 없고,

진정성이 없고,

시대정신도 빠져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3당 대표들이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마쳤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정당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국회 연설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운영에서는 내각제 요소를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기국회에서 여야 대표들이 행한 연설은 개인 의견을 넘어 정당들이 앞으로 추구하려는 정치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이 시기에 교섭단체 대표들의 연설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대선 향방을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회개혁,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민생경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첫 호남 출신 집권여당 대표인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김대중 대통령 때 도와주지 못했던 걸 사과를 하면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대를 통해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관측된다.

정치공세 중심이었던 과거 야당 대표의 국회 연설과는 달리 추 대표는 ‘경제’와 ‘민생’을 각각 67차례, 32차례씩 언급할 만큼 민생경제에 연설을 집중했다. “신선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박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변하시면 정치가 바뀝니다. 정치가 바뀌면 국민이 행복해집니다”라면서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개헌과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고, 우병우 민정수석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세 대표의 연설은 언뜻 듣기에는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내용을 꼼꼼하게 음미해보면 아주 중요한 것이 빠져 있어 공허하게 들린다. 첫째, 자기 성찰이 없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을 국가에 해를 끼친다는 국해(國害)의원으로 비하하면서 국회 개혁을 강조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를 비판하고 야당의 문제제기를 ‘발목잡기’로 규정한 것이 전부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강조하면서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개각할 때 호남 인사를 배려해달라고 공시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홀대론을 언급한 것 자체가 넌센스다. 더민주는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가 경제 앞길 막은 야당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고 공격한다면 할 말이 없다. 민생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는 결국 경제 활성화에 달려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혁에 매달리고 있지만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야당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정작 국가 안위와 직결된 사드 배치에 대해선 국민의당은 반대하고 있다. 물론 박 위원장은 국회 연설에서 “사드 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당 당론은 사드 배치 반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둘째, 진정성이 없다. 세 대표 모두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 내 위원회 설치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주도 정치 혁명을 이루자고 했다. 추 대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1257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가계부채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최근 잇따르는 법조 비리와 관련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국회에 특별위원회가 없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도,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대정신이 빠졌다. 2015년 인구센서스 분석에 따르면, 나홀로 가구가 520만명으로 전체 27.2%를 차지해 2인 가구(26.1%)를 제쳤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57만명으로 곧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빨리 늙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와중에 중산층은 무너지고, 실버 파산은 넘쳐나고 있다. 양성평등은 요원하다. 이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무시한 채 그저 판에 박힌 ’국회 개혁, 민생 경제, 정치 정상화‘ 구호만을 외치는 대한민국 정치가 참으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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